땅이 말랑 말랑해지고 있는것이 봄이 오고 있나봐요.
그럴수록 읍내 나가기가 민망해지는 이유를 아세요?
왜냐믄....ㅎㅎㅎ
질척대는 길을 걸어서 가자면 신발이 엉망이 되거든여.
딸래미랑 서울 나들이를 갔었는데 (지금 고2)
기차를 내려 급하게 화장실로 가더니
신발을 깨끗하게 닦았다며 엄마도 신발 닦으라데요?!
울 딸래미 말이 서울오니 신발 색깔 차이로도
시골사람인걸 다들 알아보겠다고 그러더라구여. ㅎㅎ
지난 주일엔 고3을 졸업해서 숭실대학교에 붙은 여학생 한명을
(이 여학생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랍니다.)
펑펑 쏟아지는 눈물로 축복기도를 해주고
그냥 보내기 너무 아쉬워서 월욜 만나 저녁밥을 사주었어요.
고등학교 내 내 기숙사에 있어
주일에 예배시간후 허둥지둥 기숙사로 달려가던 녀석이
대학 붙자마자 서울행입니다.
예쁘게 키운 딸아이를 떼놓아야하는 부모 마음도 그렇겠지만
고이 고이 믿음의 훈련을 시킨 아이가 일군으로 봉사할 나이가 되니
큰교회로(?!) 보내야하는 울 목사님과 제 마음은 더더우기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어깨부상과 팔에 화상으로(팔 걷어부치고 설겆이하는데
갑자기 온수 파이프가 터져서 응급실에 두번이나 실려갔죠. ㅜ.ㅜ)
변변치 못한 몸을 가진 내가
일군하나 없이 다시 한해를 힘써야한다니 가슴이 서늘해지더군요.
눈가가 자꾸 젖어와서 한참 말없이 밥을 먹는데
그녀석의 말에 깔깔 웃었어요.
"목사님...근데요, 서울에 사람이 너무 많아요!!"
"어디? 상도동에??"
"아뇨, 길에도 버스에도 전철에도 ....
TV광고에서 본 것처럼 사람이 우르르르 몰려 다녀서 깜짝 놀랐어요"
ㅋㅋㅋㅋ ㅎㅎㅎㅎ
순수함 덩어리인 이 녀석이 겪을 도시생활은 만만치 않으리라 여겨집니다.
기독교동아리 O.T만 가고, 일반O.T는 가지않을 작정이라는 녀석의 말과
한편 왕따가 되지않을까 조금 걱정은 되지만
말씀 묵상하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는 아이의 믿음에
격려를 실어 주었답니다.
울 딸래미도 2년후면.....
잘해줘야지.
불과 우리 곁에 함께 머무는 시간의 짧음을 늘 생각하며
불쌍히여겨야지. 사랑해줘야지.
그런데 오늘 딸아이 방을 정리하다가 적힌 메모를 보고는
무지하니 상처를 받았어요.
'가난한 살림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자'
........................................................
저녁 내내 한숨을 쉬며 궁시렁 거리는 내게 남편은 왜그래? 묻습니다.
그 메모 뒤엔 인색한 엄마에 대한 쫑알거림이 적혀 있었걸랑요.
그래서 그런다는 말에 그게 딸의 마음이 아니라,
응급실에서 새벽4시까지 당신 곁에서 손잡아주던 것이
평화(이름)의 진실된 마음이라고 하는 말에 속상했던 마음을 추스렸습니다.
그래!
내 사춘기 시절,
급작스런 가난으로 인해 어리둥절한 처지가 되버린 걸로
얼마나 알게 모르게 부모를 맘 아프게 했던가...
내일이면 만날 딸아이를 맞을 마음의 준비를 다시 하느라
이 밤에 님들에게 한소리 해보았어요.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사는 나는 주님의 사명을 받은 사모지만
우리 딸 평화는 목사도, 사모도 아닌게야.
열일곱해를 살아가는 그것도 공부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 아이를
한껏 안아주고 불쌍히 여기고 품어줘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평화'(딸 이름)가 믿는 하나님은 살아계셔서
그의 삶의 세밀한 부분까지도 관여하심을
평화가 삶 속에서 체험하며 말씀의 다스림을 받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동역자님들!!
어려운 형편에서 자라는 우리의 자녀들이
바른 신앙으로, 바른 교회에서,
모든 삶의 영역에서 주님을 주인으로 인정하고 의지하는
바른 생활인이 되기를 기도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