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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노트북을 마련했습니다.

김인숙 (2007-12-25 23:27:58, Hit : 786, Vote : 9)

이젠 아들들 컴을 빌려 글을 올려야 하는 궁색함에서 벗어났네요.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자랑하는 김에 운영위원을 끝낸 소감을 말해보려합니다.

너무 부족하고 준비 안된 운영위원이였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저의 문제점과 교회의 부족한 점을 볼수있었던 기회였습니다.

부끄러운 고백 한가지...
전도를 해도 시원치 않은데 저때문에 제 발로 걸어와 반주를 해주던 내 친구가 떠났습니다.
처음 우리 교회에 와서 주눅이 들더랍니다.
목사님의 성경풀이가 너무 기가 막혔고
몇년씩 교육을 받은 교인들의 성경 지식 수준에 놀랐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말씀과 삶이 따로 가고 있더라는 거지요.
하나님보다 남편을, 오락을 더 귀하게 여겨 주일을 빠지는 것을 예사로 하고 있는 저를 보고 하는 말인줄 짐작했습니다.

물론 대다수의 기독교인이라는 이들의 행태지만
우리 목사님의 가르침이 너무 훌륭하니까
우리 은혜교회는 좀 달라야 할거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사족을 달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대부분의 일을 똑똑한 방집사가 했습니다.
저는 점심식사를 맡았습니다.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매일 하는 일이고,
일주일에 한번 내 식구들이 먹는 것 조금 더 많이 준비해서
사랑하는 교회 식구 먹이는 일은 어떤 일보다 수월케 느껴졌습니다.

문제는 먹은 후에 뒷처리를 하지 못하는 것이였습니다.
제가 조금 더 시간을 남편보다는 교회에 쓸수있는 자유를 확보할 수 있었다면 문제도 아닌거였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아직도 하나님보다는 눈에 보이는 남편을 더 사랑하나 봅니다.
그가 나를 필요로 할때 같이 있어 줘야 한다는 강박을 벗지 못했습니다.

설겆이에 대한 불평이 나오고 난 후에는 음식 준비가 힘들어졌습니다.
반찬을 한가지라도 더하고 싶을 때 설겆이가 많아질까봐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수련회 때의 일입니다.
양평 주변에 사 먹을 것이 많지만 우리 교회처럼 가난한 교회가 어디 있습니까?
한끼 사먹을 비용으로 두 세끼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때 제가 직장일, 그외의 일들로 너무 바빴습니다.
3일 연속 하루 2,3시간씩 밖에 못 자면서 밤에 음식을 마련했습니다.

못할 일은 아니였습니다만
성경 공부에만 전념하게 부엌일을 적게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힘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상추 같은 것은 그냥 가져 가서 먹을 때 씻어 먹으면 간단한데,
일이 많다는 불평이 두려워 씻어서 얼음 물에 담궜다가 물을 빼서 비닐 봉투에 담아 가야 했습니다.
저는 졸다가 계시록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또 꼭 지켜야하는 약속이 있어 먼저 오고 말았습니다.

이럴때 마리아, 마르다 자매 얘기를 하시겠죠.
마르다의 불평을 예수님은 꾸짖으셨지만
예수님이 4년, 5년이상 가르치셨다면 마리아에게도 "얘, 너도 이젠 부엌에 나가 봐라" 하지 않으셨을까요?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며 섬기는 모범을 보이시던 예수님이
화장 하고 예쁘게 옷 떨쳐 입고 말씀에만 전념하며 궂은 일을 마다하는 이들을 '울리는 꽹가리'라고 꾸짖지 않으실까요?

아프카니스탄 인질 사태때
목사님께서 ' 만일 아들이 그곳에 가있다면 기꺼이 순교하라고 할수있겠느냐?'고 물으셨을때
저는 그렇게 못하겠다고 대답해서 목사님을 실망시켰지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내 아들은 그런 곳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고
만일 갔으면 살아 돌아오라고 말할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형편 없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그런 섬김을 하라고 가르치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교인들이 먹고 난후 설겆이는 네가 해라, 라고 가르치렵니다.
운영위원을 하고 난 후 우리가 얼마나 믿음에만 부요한지를 알았습니다.

목사님, 전도사님이 마땅히 가져가셔야 할 몫을 우리가 강탈하여 운영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더 가난해질겁니다.
방장로님 돌아가신 후 집세 등도 당연히 더 나가야 할거니까요.
내년 운영위원을 맡은 집사님들도 가난한 교회 재정에 난감하실겁니다.
그 알량한 재정에서 식사를 하자고는 못하실겁니다.
그렇다고 예배 후 맨 입으로 성도의 교제를 하자고는 못하시겠죠?
지금처럼 간단하게 설겆이 없게 식사를 할수있을까요?

맛없는 잔치국수와 김밥만해도 국수25인분과 김밥15줄만 해도 10만5천원,
피자, 샌드위치를 하면 15만원이 넘고....
어느 집사님이 10만원을 주셨습니다.
핫도그 35인분을 샀는데(2900원짜리) 방집사가 하나 먹어 보더니 얼른 김밥30줄을 더 주문해서
결국 배고프면서도 16만원이 넘게 들었습니다.

우리 식사에서 매일 국이나 찌게가 빠지지 않습니다.
김치와 간단한 밑반찬을 교회가 준비하고
운영위원이 집에서 먹던 국 넉넉히 끓여 가져 오는 일은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닙니다.
혹시 국이나 찌게가 없을 때는 반찬가게에서 사오면 1인당 1000원~1500원을 넘지 않습니다.

매주 예배 때마다, 수요 성경공부때마다 우리들이 얼마나 목사님의 가르침에 감탄을 합니까?
그런 가르침을 5년 이상을 받았으면서 뭔가 2% 부족한 걸 느낀적은 없으셨는지요.
그 2%가 사랑의 실천이고 그 첫걸음을 설겆이로 시작한다 해서 큰일 날일은 없을 것같네요.
제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음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사랑에 인색하며 하나님과 교회 일에 인색한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자격있으신 분들께 하나님께서 입은 안 주신것 같아 제가 나불대 보았습니다.

:: 김목사

2007-12-26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