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마는 30대 초반에 과부가 되었습니다.

주위에서 재혼하라는 권유도 받았겠죠.

저는 늘 엄마가 우리를 버리고 딴곳으로 가버리지 않을까

겁에 질려 살았던 겄같습니다.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갈때면

식모 언니가 우리를 돌보기 위해 쫒아가는데

심술궂은 식모는 어린 나에게 가만히 속삭였습니다.

-너네들 할아버지댁에 맡겨 버리려고 가는거야-

할아버지 댁에서 낮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해가 지기 시작했습니다.

붉은 노을이 세상을 천천히 구석 구석 녹여내고 있었습니다.

대청 마루에 걸터 앉아 여린 다리를 대롱거리며

장엄한 광경을 공포스럽게 바라보았습니다.

세상이 끝나는 날이였습니다.

언니, 오빠도 엄마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 혼자 남겨진 것입니다.

할수있는 일은 목을 놓아 울어 버리는 일뿐이였습니다.

얼마를 울었을까요.

목이 쉬어 소리가 나지않을 정도였으니 꽤 오랜 시간이였나 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를 달래려고 진땀을 빼고 있을때

놀러 나갔던 엄마, 언니, 오빠, 고모들이 돌아 왔습니다.

엄마 품에 안겨 남은 울음을 정리 하기에도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요즘도 붉게 타는 노을을 보면 목젖이 먹먹해지며

그날의 그 공포스럽던 외로움을 다시 느끼게됩니다.

오늘 제직회에서 전도사님 일로 혼자 고민하던 목사님께

'왜 혼자 고민하셨냐고, 같이 고민해야 하는일 아니냐고'

정스러운 C집사님이 말씀하셨을 때 '

왜 나는 엄마에게 우리를 버릴 계획이 있나 물어보지 못했을까?'

그런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입에 담기 조차도, 생각하기 조차도 싫은 일이 분명 있나봅니다.

은혜교회를 시작하신 분은 분명히 하나님이시지만

전도사님의 헌신이 없었다면 과연 은혜교회가 세워졌을까요?

교회의 어머니같은 존재가 우리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목젖이 다시 아파지는 내가 미웠습니다.

그런 방정 맞은 생각을 하다니..

가끔만 교회 일을 생각하는 나도 이렇게 외로운데,

아주 가끔만 교회 일을 잊어버리는 목사님은 오죽 할까.

오죽 혼자 남은 듯 외롭게 느껴질까?

얼마나 속상한 일이면 몇주 동안 입에 담기도 싫으셨을까?

하지만 주일마다 얼굴을 볼수만 있다면,

은혜교회를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에게 물어보지 못했던 것처럼 전도사님께도 묻지 못하는 것 아닐까?

우리가 버려지지 않기를 너무나 간절히 소원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