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계시며 벌써 만 닷새째 깨어나시지 못하고 계십니다.
병원의 의사들은 기다려보자고 합니다. 의사인 동생은 예후가 몹시 좋지 않다고 합니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하나님께 감사의 제목들을 찾아보았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곳이 아닌 교회 계단에서 넘어지신 것이 정말 감사하고도 감사합니다. 많은 교우들이 있는 가운데 하나님의 집에서 넘어지신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만일 하나님의 품 밖에서 혹은 아무도 없이 홀로 계신 곳에서 넘어지셨으면 어찌 하였겠습니까?
또한 이 마음 아픈 체험을 통하여 그리스도인으로서 교훈을 주신 것을 진정으로 감사합니다. 곧 우리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반드시 노인을 공경하고 보호하며 도우라고 가르칠 수 있게 되어 감사합니다. 우리 어머니나 할머니가 아니더라도 연로한 노인을 보면 반드시 도와주라고, 지금까지는 건성으로 가르쳤지만 이제부터는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가르칠 수 있게 되어 참으로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특별히 의사인 아우에게 부탁할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합니다. 의사로서 어떤 환자이건 진심과 전심으로 돌봄으로 환자와 그 식구들이 겪을지도 모르는 슬픔을 적게 하거나 없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점은 목사가 되려는 나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입니다.1) 아버지나 언니가 돌아가실 때에는 못 느꼈던 점입니다. 곧 이제 진정으로 남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슬퍼하는 이웃을 진심으로 배려하고 기도할 수 있게 된 것 입니다.
그리고 믿음이 약한 식구들과 이웃들에게 이 말을 꼭하고 싶습니다.
하나님을 믿고자하는데 어째서 이 같은 불행이 닥치느냐는 의문과 불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만일 인생의 복을 빌고 화를 없애고자 종교를 갖는다면 절이나 무당에게로 가라고 참으로 자신 있게 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곳에서도 인생의 복을 빌면 얻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믿는 것은 그런 것들과 다르다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을 따르면 이렇게 어머니의 죽음을 바라보며 무작정 슬퍼하고 안타까워하거나 조상 탓이니 액이 끼었느니 하거나 혹은 인생은 덧없는 것이라고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하나님께 감사할 제목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뜻이 있으시면 어머니를 다시 살리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다만 아버지나 언니 때처럼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오직 한 가지 있습니다.2)3)4)
“하나님 제발 어머니와 마지막 이별의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 저는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서른다섯의 나이였지만, 솔직히 말하건대 인생이 무엇인지 제대로 몰랐고, 아버지의 죽음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정말 몰랐습니다.
언니가 먼저 갔을 때, 마흔둘의 나는 그냥 슬프기만 하였습니다. 정말 애가 닳도록 슬펐습니다. “이렇게 슬퍼하다가 나도 죽을지 몰라.” 하고 생각하며 울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임종하실지 모르는 상황에서, 슬픔 가운데에 있지만, 하늘나라에서의 다시 만날 것을 소망하며, 나는 지금 하나님께 감사할 제목을 찾고 있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2004. 11. 12.
전 채현 드림
추신) 어머니와 마지막 이별의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기도하여 주십시오.
1) 저는 합동신학대학원 2학년에 재학 중인 늦깎이 전도사입니다.
2) 저희 아버지는 협심증으로 안방에서 혼자 낮잠을 주무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이별의 인사를 할 수 없었습니다.
3) 저희 형은 1993년 45살의 나이에 암이라는 것을 알고 보름 만에 암에게 지고 말았습니다. 창졸간에 이별의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였습니다.
4) 관서지방 사람들은 형을 언니라고 부릅니다.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