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곳에 땅을 조금 샀어요.
농촌 출신인 남편의 친구들이 반색을 하며 달려들더군요.
먼저 주인이 농사를 짓던 곳이라 어느 정도 밭은 조성이 되어 있으나 올해 3월에 불도저를 불러 화끈하게 밀어 버리고 보기 좋게 밭을 만들었죠.
갖가지 씨앗을 사다가 심고 토마토는 모종을 사다 심고 덩쿨이 올라갈 지지대도 만들어주고 2~3주 지나 새싹이 돋을 무렵이였어요.
갑자기 점잖은 부부가 나타나 자기가 땅주인이래요.
열심히 주말이면 나와서 일을 하던 친구들이 허탈해서 땅에 주저앉아 있는데 줄줄이 땅임자가 나타나더군요.
알고보니 우리가 땅을 살 때 컨설팅회사를 통해 사서 등기까지 마쳤는데 문제는 약간 사기꾼 비슷한 이 사람들이 지금 이 땅이 보기가 좋고 길가에서 가깝고 하니까 모든 사람들에게 그 땅을 보여준거에요.
그러니까 각자 등기가 된 땅은 다른 곳이고, 다들 이곳이 등기상의 그 땅인줄 알았던거죠.
더 우스운 것은 이 곳에서 10년 이상 농사를 지었다던 할머니가 자기가 직접 땅을 팔았다고 새 임자를 데리고 나타나서 이제 진짜 임자가 나타났다는 결말이 지어질 무렵 다시 한번의 반전이 있었죠.
누군가가 지적과에 의뢰해서 측량을 해보니 그 할머니가 10년이상 자기 땅이라고 생각하고 농사를 지었던 이 땅이 사실은 자기 땅이 아니였다는군요.
이렇게 업치락 뒤치락하는 동안에 싹이 돋아나 무럭무럭 자라나고 틈만 있으면 가서 친구도 만나고 일도 하고 재미있게 지내고 있어요.
이 사건에서 다시 한번 우리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볼수있었지요.
내 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 곳이 내 영역이 아니고 등기 상의 내 땅이 나의 영역인데 그 등기가 천국에 되어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
이 곳이 내 땅이 아니라도 열심히 가꾸고 재미있게 지나면 된다는 것.
진짜 임자가 나타나 내 놓으라 하면 훌훌 털어 버리고 떠나야 한다는 마음을 늘 갖고 있어야 되겠다는 것-애착은 금물
등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