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를 주신 홍동밀알교회 홈피 게시판에 올라온 글입니다.
민서 엄마, 추둘란씨는 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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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민서엄마 (2004-12-09 00:38:01, Hit : 4, Vote : 0)
Subject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먼저 구하였더니
삼 년 배추 농사에
올해가 최고로 풍년입니다.
속도 꽉 차고, 노란 색깔에, 달짝지근한 그 배추맛이라니....
그런데, 이 맛있는 배추를 김치공장에서 안 가져가겠다 하였습니다.
계약재배라 배추값은 보상을 해 준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문제는
밭에서 이쁜 자태로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2천5백 포기 배추.
눈 맞고 썩는 것도 가슴 아픈 일이요,
갈아엎는 것은 더더욱 슬픈 일.
다행히 김치공장에서 갈아엎든 팔든
알아서 처분하라는 관대한 결정을 내려줬습니다.
(대부분은 갈아엎어야 보상금이 나오죠.)
그래서 우리 부부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손해난 것은 없으니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자구요.
하나님이 키워주신 배추이니 주인도 하나님,
하나님은 우리가 배추를 파는 것보다
여러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을 더 원하실 거라고 생각했죠.
복지시설이나 어려운 사람에게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지만
굳이 자격을 제한하지는 않았습니다.
원하는 사람이면 아무나 가져가라 하였습니다.
드디어 첫 손님이 왔는데, 그리고 첫 줄을 따기 시작하는데
가슴이 찌르르, 아픈 겁니다.
'자식 같은 저 배추를...,'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더군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듯 표정관리를 하고
교회에 나가시는지 물었습니다.
광천에서 젓갈 장사를 하시는 분인데,
아직 안 나간다 하시더군요.
배추값은 받지 않을 테니 교회에 나가세요,
하였더니, 대뜸 '그류' 하시더군요.
그 대답이 그저 생각없이 내뱉은 말이 아니기를,
언젠가는 그 대답이 계기가 되어
그분이 하나님께로 돌아오길 기도하였습니다.
첫 줄을 그렇게 따고나니 그 다음엔 줄줄이
사람들이 찾아 왔습니다.
마을에서 배추를 심지 않은 집.
배추를 심었어도 우리 배추가 훨씬 고소하다며 따가신 이웃분들.
읍내에 있는 교회의 장로님들, 집사님들, 개척교회 목사님...
생선가게 아저씨는 세 번이나 따 가셨고
민서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따갔습니다.
제가 기도하고 있는 전도대상자들에게는 택배로 따로 부쳐주기도 하였습니다.
동네에선 적게나마 돈을 받으라고,
왜 애써 키운 걸 공짜로 다 주고 있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주신 물질을 하나님의 의를 위하여 쓰는
더 큰 기쁨을 그분들은 모르셨겠지요.
2천5백포기가 그렇게 하여 모두 주인을 찾아갔습니다.
대충 세어보았더니, 42가정 정도.
넉넉히 따가서 몇 집 나누겠다는 분도 있었으니
실제로 몇 가정이 나눠먹을지는 하나님만 아시는 일입니다.
어쨌거나
교회에 나가시는 분들에게는 배추값 대신 기도를 부탁드렸고
나가지 않는 분에겐 꼭 교회에 나가시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기도가 들어간 그 배추,
먹는 이들마다 건강하고
잘익어 깊은 맛이 나는 김치처럼
깊고도 깊은 하나님의 사랑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100원씩만 받았어도 25만원돈. 200원씩이면 50만원 돈.
우리 살림에 유혹을 받을 만한 돈이었지만,
그 돈을 손에 쥐었다면 더 큰 것을 얻지 못할 뻔 했습니다.
중보기도를 해주겠다며 민서와 민해 이름, 우리 가정의 기도제목,
목사님의 성함까지 일일이 물어온 장로님이 계셨구요,
전도대상자의 집에 배추를 들고가 김장을 직접 담가줄 거라고
50포기를 따간 개척교회 목사님도 계셨습니다.
민서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는 배추 몇 포기를 얻은 어머니가
꼬깃꼬깃하게 적은 쪽지에 고맙다는 인사를 적어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돈으로는 절대로
살 수 없는 것들이지요.
게다가, 하나님께서는 보너스까지 더해 주셨습니다.
시어머니께서 김치냉장고를 사 주신다고 하더군요.
몇 년 전에 사모님이 경품잔치에서 김치냉장고 타셨을 때,
내 평생엔 왜 저런 일이 없나, 했더니
경품에 당첨된 것보다 더 큰 기쁨,
시어머니께서 사 주시는 김치냉장고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서산본향교회에서 제 수필집 100권을
정말 느닷없이 사 주셨습니다.
이 불황에 책 100권이라니...
그리고 5년 전에 민서에게 한복을 보내주셨던 분이 계신데
이분이 느닷없이 이번에 또
민서와 민해가 입을 생활한복을 4계절 모두 갖춰서 보내주셨습니다.
하나님이 키워주신 배추
이웃들과 더불어 나누었고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저
교회 나가세요, 한 마디 말만 했을 뿐인데
이렇게 생각지 못한 복을 넘치도록 부어주시니...
이 기쁨을 말로 어떻게 다 표현해야 할지...
가장 기뻐하실 분은 하나님이시겠지요.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는 자에게
복을 주시려
언제나 축복의 보따리를 들고 계신 하나님을 생각합니다.
큰 일, 큰 나눔이 아닐지라도,
그저 하나님의 뜻이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하기만 해도
이렇게 바로 넘치는 복으로 응답해 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하나님! 이참에 민서네를 위한 하늘 창고 하나 더 지으셨나요?
앞으로 살면서 배추 말고도 더 많은 것으로
이웃과 더불어 나누겠습니다.
땅의 것은 썩어지는 것,
배추는 올 겨울 여러 사람이 먹어 없애겠지만
우리가 깨달은 하나님의 사랑은 영원히 찬양받을 것입니다.
얼마 안 있으면 살고 있는 화신리에서
문당리로 이사를 갈 것인데,
이사 가기 전, 이렇게 이웃들에게 마음껏 베풀고 가게 하시니
그것도 얼마나 감사한지요.
남들이 보기에는 손해보며 사는 것 같지만
오히려 더 큰 축복을 받고
남들이 보기에는 어리석은 것 같지만
그것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임을
배추를 나눠주며 깨달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우리를 이렇게 인도해주셔서,
우리 배추를 이렇게 사용해 주셔서...
사랑합니다, 하나님.
온 마음으로 드리는 이 찬양을 받아주세요.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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