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사람의 인식은 지체돼 있다. 그래서 아직도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과학문명의 편리함을 만끽하며 살고 있으면서도 생각은 고루한 매우 불균형적이고 불완전한 존재이다.

얼마전 TV 토론 프로그램을 보다가 너무 놀라운 발언에 긴 한숨을 내뿜었다.

문제의 발언은 한나라당 대변인인 나경원 의원을 향한 여당 국회의원의 이런 공격이었다.

“나경원 의원은 우리 국회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분인데 지금 말씀하신 것은 책임있는 해명이 아닙니다.” 이 말은 예쁘긴 해서 봐주고 싶은데 내용이 형편없다는 의미이다.

그 발언에 나경원 의원도 점잖게 “그 말씀은 적절치 않다”고 주의를 주었지만 그날 미모의 국회의원에 대한 편견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성 정치가는 남성다운 굵은 선을 가진, 외모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여자가 합당하다는 나름대로의 기준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국회의원답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후 한 장애인 행사에서도 나경원 의원을 소개하면서 가장 예쁜 국회의원이라고 했다. 아마 나경원 의원은 아름다운 것이 핸디캡일지도 모른다. 이것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모를 얼마나 중요시하는가를 알 수 있다.

나경원 의원이 왜 국회의원이 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나의원에게는 다운증후군 딸이 있다. 딸의 교육을 위해 그리고 딸의 미래를 위해 바꾸어야 할 제도가 너무나 많아 국회에 들어오게 됐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래서 국회에 들어오자마자 ‘장애아이 we can’이란 국회 연구 모임을 만들어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아무도 그녀가 장애아 부모라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탤런트 뺨치는 외모를 갖고 있다는 데 입을 모은다. 만약 나의원이 장애아 부모라는 사실이 크게 부각됐어도 편견의 시선이 쏟아졌을 것이다.

왜 똑똑한 여자가 장애아를 낳았을까? 다른 자녀에게는 장애가 없을까? 등 장애와 연관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한나라당 대선 예비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장애아가 태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서 장애인계가 분노하고 있다. 이명박식 논리라면 나경원 의원도 어리석은 행동을 한 것인데 과연 나의원도 낙태를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의원은 다운증후군 딸을 천사라며 사랑스러워 하고 있고 자신에게 정치에 대한 소명의식을 갖게 했다고 고마워하고 있다. 따라서 장애아는 태어나서는 안되는 존재라고 판단한 이명박씨의 생각이 얼마나 큰 오류인가를 알 수 있다.

나도 휠체어를 사용하는 중증 장애인이다. 장애인 입장에서 이명박씨의 발언은 분명 상처이다. 그리고 장애인 입장에서는 나경원 의원의 미모가 화제가 되는 것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