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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한 생명을 위한 사랑

김목사 (2006-12-11 10:09:27, Hit : 534, Vote : 10)

한 생명을 향한 사랑

우리 학교에 ‘천 애화’라는 여학생이 있었다.
상경학부 학생이었는데 공부 잘하고 얼굴도 예쁘고 키도 크고 성격도 활발하고
정말 흠 잡을 데가 없는 팔방미인의 학생이었다.

그런데 가끔씩 배가 아프다고 해서
기숙사 사감이 그 학생을 데리고 시내 병원에 가서 진찰하면 아무 이상이 없어서
꾀병을 부리는 줄 알았다.

  여름방학 때 그 학생이 도문시에 있는 자기 집에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청천벽력 같은 간암말기 판정을 받고 곧바로 입원하였다.

우리 교직원들은 그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술, 담배를 하지 않은 젊은 여학생에게 간암말기가 올 수 있는지 믿어지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태어날 때 자기 어머니로부터 전염된 것이었다.
그 학생의 친 어머니는 그 학생이 태어날 때 간염을 앓고 있었는데
병원에서 신생아에게 간염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산모가 간염이면 신생아에게 반드시 간염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것이 의학 상식인데
그것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애화가 어릴 때 간암으로 돌아가시고
새엄마가 들어와서 애화와 같이 살고 있었다.
당시 아버지는 도문시 문화국장으로서 비교적 괜찮은 집안이었다.

  우리 교직원들은 그 학생을 위해 예배 때마다 모임 때마다 중보기도를 하였다.
그 학생에 대한 소문이 학생들 가운데도 퍼져 믿는 학생들 중심으로 기도운동이 일어났고
심지어 믿지 않는 학생들조차 그분이 정말로 계시는가 보자고
그들도 시내에 있는 교회에 가서 새벽기도를 하면서 간구하였다.

나는 학생들 가운데 기도운동이 일어난다는 소식을 듣고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는 학생들이 참 기특하다는 생각이었다.
한참 잠이 많은 학생들이 새벽기도를 간다는 것이 보통 어렵지 않을 텐데
친구를 위해 그런 결단을 한다는 것이 참 대견하고 기특하였다.

다른 한 가지는 만일 그분이 기도를 들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염려함 이었다.
그분이 기도를 응답해 주셔서 그 학생이 낫게 된다면
학교에 있는 믿지 않는 중국 측 직원들과 믿지 ! 않는 학생들에게 그분을 증거하고
그분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만일 그녀가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죽게 된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무어라고 말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화가 병원에 있는 동안에 바쁘신 김 진경 총장도 몇 번 방문하였고
교직원 사모님들이 순번을 정해서 연길에서 도문까지 매끼 음식을 날랐다.
많은 교직원과 학생들도 병원을 방문하여 그 학생을 위로하고 기도해 주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그 부모님이 환자의 안정을 위해 이제는 그만 와달라고 정중히 사정할 정도였다.

애화는 찾아온 친구들에게
다음 학기에는 퇴원해서 꼭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싶고
가을 축제에도 참가하고 싶다고 해서 듣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애화는 우리의 기도와 열성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온몸에 황달이 오고 배에 복수가 차서 숨을 헐떡거리다가
결국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녀가 화장터에서 한줌의 재가 되는 날,
우리는 망망한 바다 위에 떠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날 머리 속에 온통 “왜?”라는 의문으로 가득 차 있어서 너무 혼란스러웠다.
물론 의학적으로 간암말기는 회생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간절히 기도했는가.
그리고 인간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렇게 기도를 한 것인데
기적이 나타나 그녀가 다시 소생했다면 그분이 살아계신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고
우리들도 한 번 “그것 봐라” 하면서 어깨를 으쓱해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왜 그분은 그 기회를 주시지 않으셨는가?
이제는 다른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무어?! 箚? 변명해야 하는가?
과연 하나님은 살아계시는가?
이제는 내가 왜 연변과기대와 와있는지도 모르겠고
자신의 신앙의 뿌리까지 송두리째 흔들릴 지경이었다.

  애화가 세상을 떠난지 1주일 후에
그녀 아버지가 학교를 방문하여 그동안 고마웠다고 하면서 교직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였다.

그 자리에서 그분은 인사말을 하면서
한 학생이 아프다고 총장이 몇 번 병문안 오고
교직원과 학생들이 줄을 이어 찾아오는 대학은 중국에 연변과기대 밖에는 없을 것이다고 하면서
고마워하였다.

  애화와 같이 몰려다니던 발랄한 7명의 여학생들(우리는 그들을 “칠공주”라 불렀다.)이 있었는데
그들도 친구의 죽음을 통해서 인생의 무언가를 느꼈는지 숙연해 지면서
한 사람씩 믿음의 울타리 안으로 들아오기 시작하였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지켜보면서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다”는 말씀이 생각이 났다.
비록 우리가 원하는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방법은 아니었지만
그분은 그분의 방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그분의 일을 이루시고 계셨다.
그리고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지만 그
한 생명을 향한 지극한 관심과 사랑 또한 귀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연/변/과/학/기/술/대/학
생 물 화 공 학 부
이 용 우 교 수

:: 전충배

2006-12-11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