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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할렐루야를 외쳐라.
전채현 (2004-02-24 00:35:01, Hit : 2375, Vote : 10)
할렐루야를 외쳐라.hwp (KB)
말레이시아 단기 선교 여행 후기입니다. 시간이 되면 읽어들 보셔요.
1월 28일 (수) 맑음
상오 7시 50분, 오랜 만에 딸아이들의 뽀뽀를 양 볼에 받으며 집을 나섰다. 아내가 구반포의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아직 러시아워 전인지 지하철 공사에도 불구하고 길은 조금 한산하였다. 아내는 추우니 차안에서 기다리자고 하였으나 나는 서둘러 아내를 돌려보냈다. 곧 러시아워가 시작될 것이기도 하고 나 혼자 좋으려고 버스 정류장에 승용차를 정차시키는 것은 마음에 불편하였기 때문이었다. 날씨가 조금 차다고 느끼기 시작할 즈음 인천공항 가는 버스가 왔다. 요금은 7,000 원. 88도로의 반대편 차선은 염창동을 지나 김포공항 근처까지 시내를 향하는 차들로 밀려 있었다. 서울의 교통 상황은 날로 나빠져만 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내가 탄 버스는 순조롭게 달려 구반포에서 공항까지 45분 쯤 걸렸을 뿐이었다.
말레이시아(Malaysia) 항공의 탑승 수속 데스크 앞에 약속 시간의 5분전인 8시 55분에 도착하였다. 일행 모두가 나를 마지막으로 기다리고 있던 것 같았다. 시간을 잘 지키고자 노력하지만 항상 교회의 모임에서는 이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그러나 만나는 시간이 잘 지켜진 우리의 이번 여행은 출발부터 느낌이 좋았다.
가지고 간 배낭의 안전 검사를 받는데 엑스선 검사에 사진기용 건전지 뭉치가 적발되었다. 건전지는 기내로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단다. 할 수 없이 다시 출국 심사장을 나와 건전지를 탑승 수속 데스크에서 별도로 부쳤다.
출국 심사를 받는데 홍풍화 전도사가 출국 심사장의 옆방으로 불려 들어갔다. 홍 전도사의 여권 만기일은 5월 27일로 이제 4 개월이 못 남았다. 혹시 출국이 불허될 수도 있고 말레이시아에서 입국이 거부될 수도 있다고들 하였으나, 재일동포인 그는 여권 기간 연장을 동경에서 해야 하며, 문제점을 인식한 1월 26일에는 시간적으로도 별 뾰족한 방법이 없어서, 그냥 출국을 감행키로 하였는데 작은 불안이 현실로 다가왔다. 다행히 출국은 허락되었으나 말레이시아 입국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공항 직원들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나는 ‘하나님, 도와주세요.’하고 속으로 가만히 기도하였다.
비행기는 예정대로 11시 30분경에 인천공항을 이륙하였다. 누구에게나 항상 여행은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될 것이다. 이미 가본 곳을 다시 가더라도 오랜 만에 가면 마음이 설레고 긴장되기 마련인데 초행길이고 게다가 선교 여행이었다. 작은 흥분이 일었다. 기내의 여승무원들은 여러 민족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중국인과 인도인 그리고 동남아인과 한국인이 섞여 있었다. 그 중 한국인 여승무원의 체격이 가장 컸다. 근세 이후 우리에게 알려진 서양 출신인 러시아인들을 제외하고,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반경 5,000 km 이내에 우리보다 덩치가 큰 민족이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런데도 우리의 역사는 피동적으로 전개되었음을 숨길 수 없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심성상의 특징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특히 민족의 심성을 형성하는 요인 중 신앙 즉 종교의 문제가 주요 원인의 하나라고 나는 평소 생각해 왔다.
자동차를 운전하기 시작한 이후 나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가 직접 운전하고 가는 것은 문제가 별로 없으나, 고속버스 등 좁은 공간에 다섯 시간 이상을 갇혀 이동하는 것을 잘 참지 못하게 되었다. 또한 컴퓨터가 상용되기 시작한 이후 우리는 더욱 조급증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인천에서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까지 약 4,615 km의 거리를 6시간 40분 걸려 현지 시간으로 하오 5시 10분에 비행기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KLIA)에 착륙하였다. 비행기로 긴 시간은 아니지만 결코 짧은 시간도 아니었다. 갑갑함이 심각해질 즈음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이었다. 말레이시아 표준 시간은 우리보다 한 시간 느리다. 그래서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동아시아로의 여행 시에는 항상 기분이 묘하다. 먼 거리를 떠나와 그야말로 만리타향에 왔는데도 시간은 그대로이거나 한두 시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같은 표준 시간을 쓰고 분위기도 비슷하여 외국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때도 있다.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는 모노레일이 있어 그것으로 국내선 청사와 국제선 청사를 연결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모노레일을 삼사 분 남짓 타고 국내선 청사로 이동해 코타키나발루(Kota Kinabalu)행 비행기를 기다렸다. 대합실에서 서인호 전도사는 중국계로 보이는 현지 젊은 여성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다. 서인호 전도사는 나와 이런 점이 다르다. 나는 낯선 환경에서 이방인들과 절대 필요 이상의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그러나 서 전도사는 스스럼이 없다. 그만큼 그들의 세계는 우리의 세계와 달리 열려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는 가운데 우리는 홍풍화 전도사가 아무런 문제없이 말레이시아 입국이 허락된 것을 생각해 내었다. 우리는 이미 말레이시아에 들어와 있는 것이었다. 할렐루야!
코타키나발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의 창에 빗물이 튀었다.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 추위를 걱정하여 바람막이로 등산용 우비를 겉에 껴입었으나 아이들이 우스꽝스럽다고 하여 우비를 벗어놓고 온 것이 후회되었다. 그러나 여행 도중 우비가 없어서 불편했던 기억은 없다. 저녁 7시 5분에 비행기는 쿠알라룸푸르를 이륙하였다. 밤 9시 25분에 비행기는 라부안(Labuan)이라는 도시에 중간 기착하였다. 미처 예기치 못했던 중간 기착이었다. 창 밖의 빗줄기는 쿠알라룸푸르보다 굵어졌다. 10시 쯤 비행기는 다시 이륙하여 30분 쯤 후에 코타키나발루에 도착하였다. 입국심사를 다시 하였다. 여권 갈피에 넣어둔 말레이시아 출국 신고서에 사바(Sabah)주(州) 입국 도장이 하나 더 찍혔다.
공항에는 이태훈 선교사님의 사모님이 나와 계셨다. 부지런하고 싹싹한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밤 11시 반쯤 되어 이태훈 목사님이 담임하는 코타키나발루 한인교회에 도착하였다. 교회로 오는 차안에서 사모님은 방기(Banggi) 섬으로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며칠 전 폭우로 쿠닷(高達; Kudat)으로 가는 교량이 끊어지고 쿠닷에서 방기 섬을 잇는 페리가 파손되었다고 하셨다. 할 수없이 이태훈 선교사님은 우리의 계획이었던 방기족 사역을 룽구스족 사역으로 급히 바꾸셨다고 하셨다.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이 경우도 그런 경우였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께서 가라하시는 곳으로 갈 따름이다.
당초 우리는 보르네오 섬 북단의 쿠닷에서 방기 섬으로 가서 그곳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자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막으심으로 쿠닷에서 마루두(Marudu) 만(灣) 건너편인 피타스(Pitas) 지역의 카니봉안(Kanibongan)의 룽구스(Lunggus) 족 마을로 가게 되었다.
늦은 저녁으로 매운 맛 라면을 먹었다. 감사히 식사를 한 후에 나는 갑자기 사래가 들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숨이 콱 막혔다. 당황하였다. 숨을쉬기 위하여 나는 소리를 크게 질렀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아, 이게 무엇인가? 사탄의 훼방인가?” 순간적으로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누군가가 나를 뒤에서 안아 두어 차례 힘 있게 들어 올렸다가 내려놓았다. 그러나 여전하였다. 김학유 교수님이 상체를 앞으로 숙이라 하셨다.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진정하고자 노력하니 조금씩 숨쉬는 것이 쉬워졌다. 숨은 돌아왔지만 부끄럽고 정신이 없었다. 하나님께서 무엇인가 경고하신 것인가? 매사에 과욕을 버리고 겸손하여지기를 다시 다짐하였다.
자정이 넘어 0시 30분쯤 김학유 교수님의 인도로 도착 예배를 드렸다. 본문은 마태복음 10장 16절로 양이 이리에게 복음을 전하는 상황을 상정하셨다. 교수님은 그런 상황 곧 이슬람 지역에서의 선교에 따른 이슬람 국가의 종교 경찰 출현 등 예기치 못한 문제점이 발생하면 지혜를 가지고 대처할 것과 사탄의 공격을 미연에 방지하는 최선의 수단이며 우리가 준비하여 온 것을 극대화 시키는 최선의 방법으로서 우리는 순결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새벽 2시 30분경 우리 시간으로 3시 30분경 내일의 사역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며 코타키나발루 한인교회의 작은 예배당에서 잠을 청하였다. 특별한 경험을 많이 한 하루였다.
1월 29일 (목) 흐림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로 6시 50분쯤 잠을 깨었다. 그 곳의 개들은 늑대처럼 우우 하며 울었다. 그리고 코타키나발루 한인 교회 마당에서 참새를 보았다. 반가웠다. 열대 지방에도 참새가 있다니 참새의 적응력은 가히 금메달 감이다고 생각하였다. 한편 지금 우리나라와 동아시아를 휩쓰는 조류 독감이 떠올랐다. 다행히 말레이시아에는 조류 독감 발생 보고가 아직 없었다.
옆집 마당에 정원수로 바나나 나무가 있었다. 바나나를 보면 우리 연배의 사람들은 항상 열등감을 갖는다. 80년대 초반까지만 하여도 바나나는 우리에게 귀하고 귀한 과일이었다. 당시 업무상 내가 아는 일본인 친구들은 더러 바나나를 우리나라 방문 선물로 가져오기도 하였다. 바나나 선물은 그 일본인들에게 약간은 비웃음의 의미도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당시 우리의 정치 상황과 함께 바나나 정도도 수입이 철저히 규제되는 것을 그들은 비웃음을 갖고 보았던 것이었다. 또한 바나나와 사과 그리고 토마토를 가지고 미국으로 이민 간 우리 동포들의 이삼 세들을 비유하기도 하고, 북한에서도 공산당원으로의 충성심을 비유하는데 사용한다고 들었다. 두 경우 모두 바나나의 이미지는 안과 밖이 모두 노래서 우리 것이 아닌 것으로서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구체화 하였다. 아무튼 그런 바나나가 그 곳에서는 우리 집의 감나무처럼 정원수로 심겨있었다. 더 나아가 코타키나발루 한인 교회 집사님은 바나나 나무 옆에 있는 것이 바로 망고 나무라 하셨다. 부러웠다. “맛있는 바나나와 망고를 집에서 따먹을 수 있다니......” 담장 아래에서 바나나 열매를 배경으로 김대원 전도사에게 사진을 찍어 주었다.
아침 7시 30분에 김대원 전도사의 인도로 아침 경건회를 가졌다. 본문은 여호수아 1장. 김정민 전도사는 “한 사람의 마음으로 땅을 얻도록 하나님께서 보내시는 곳에 우리가 협력하여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나누었다. 나는 출애굽 시 ‘바로의 마음을 강퍅하게 하신 하나님’에서의 ‘강퍅하다’와 9절과 18절 등에서의 ‘강하고 담대하라’에서의 ‘강하다’는 영어로는 hard 혹은 harden이며 원어로도 같은 단어(קꕿꖎ)를 사용하는 것을 지적하여 “우리는 강한 마음을 가지고 강퍅한 마음을 가진 저들의 마음을 녹여야 할 것이다.”라고 나누었다.
드디어 우리는 10시 45분쯤 코타키나발루 한인 교회 출발하여 피타스로 행하였다. 하늘에 열대의 태양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꽤 높은 고개를 지나고 디즈니랜드의 정글 투어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우리는 열대의 산과 들을 달렸다. 그러나 기분은 우리나라 동해안을 북에서 남으로 달리는 것 같았다. 오른 쪽에는 높은 산맥이 있고 왼쪽에는 곧 바다가 나올 듯한 평지를 달렸기 때문이었다. 도중에 우리는 아주 큰 팜 농장을 지나치기도 하였다.
가랑비가 뿌리는 가운데 우리는 12시 45분 쯤 코타마루두(Kota Marudu)의 다리를 건너서 오른 쪽에 있는 ‘Shell’이란 상호의 한 주유소에 도착하였다. 거기서 우리는 우리를 인도할 두 분의 현지인 목사님을 만났다. 로버트 당(Robert Daang) 목사님과 저스틴 산사루(Justin Sansalu) 목사님. 두 분 모두 나처럼 배불뚝이였다. 친근감이 갔다. 로버트 목사님은 코타마루두에서 PCS 소속 신학교의 기숙사를 겸한 hostel 사역을 하고 계시고, 저스틴 목사님은 쿠닷의 PCS 소속 신학교의 교수로 계신단다.
그 곳의 중국인 식당에서 점심을 들었다. 서인호 전도사의 중국어가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음식 맛도 좋았다. 특히 닭고기를 얹은 볶음밥은 내 입맛에 꼭 들었다. 현지 음식을 먹을 때면 나는 여행 내내 치킨라이스를 먹었다. 그 볶음밥은 정말 맛이 있어서 선교 여행을 와서 입이 지나치게 호사를 한다고 느낄 지경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며칠 후 코타키나발루에서 이태훈 선교사님의 안내로 말 그대로 산해진미를 경험하게 된다.
코타(Kota)란 말은 인도네시아에서는 큰 도시를 말레이시아에서는 작은 마을을 뜻한다고 하며,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거의 같은 말을 사용한다고 로버트 목사님이 가르쳐 주셨다. 그런데 코타키나발루와 코타마루두 등 말레이시아에서도 코타는 큰 도시의 이름 앞에 붙게 된 것 같았다. 물론 코타키나발루와 코타마루두 등이 옛날에는 매우 작은 마을로부터 시작하여 큰 도시가 되었을 것이지만......
점심을 마치고 하오 2시 45분경 우리는 코타마루두를 출발하였다. 어느 틈에 비가 그쳤다.
그런데 우리가 탄 버스의 에어컨이 고장 났단다. 우리 돈으로 차를 수리하면 나중에 환불해 줄 것이라 한다. 버스에는 창문을 열수도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더워도 조금 참고 버스의 천창을 열고 가기로 하였다. 수리비가 얼마나 들고 환불을 믿을 수 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수리에 들어가는 시간이 짧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천창을 열고 위험하지만 가끔 버스의 출입문을 열어가며 달렸다. 생각보다 덥지 않았고 오히려 시원하다고 느꼈다. 도리어 우리는 아직 익숙하지 못한 말레이시아어 찬양을 외우기 위해 소리 높여 반복하여 부르며 신나게 달려갔다. “하리이니 하리이니......” “예수 크리스투스 라 뚜한......” “달람 예수 기타버사우 다라......” “써 갈라푸지 슈큐르......” 나도 더러 따라 부르며 가사의 내용을 잘 모르더라도 노래를 부르는 것은 마음을 즐겁게 하며, 따라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바꾸거나 모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
조금 더 가니 왼쪽으로 바다가 보였다. 저 바다의 건너편이 우리가 당초 가려던 곳인 쿠닷이려니 생각하였다. 또한 저 바다는 남지나해와 동지나해를 지나 우리나라로 연결될 것이라 생각하였다. 나중에 지도를 확인하니 쿠닷과 피타스는 마루두 만(灣)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었다.
길가의 웬만한 점포는 거의 모두 한자를 병기하고 있었다. 화교들이 이 나라의 상권을 장악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오 4시경 우리는 우리가 사역할 마을 입구에 도착하였다. 저스틴 목사님이 먼저 마을에 들어가 연통을 하시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뛰어 나와 반겨주었다. 특히 나보다 나이가 조금 아래인 듯한 촌장이 반가이 맞았다. 특히 아이들은 우리들의 방문을 매우 신기해하는 눈치였다.
그 곳의 지명은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사바(Sabah)도(道) 쿠닷(Kudat)군(郡) 피타스(Pitas)면(面) 카니봉안(Kanibongan)리(里)의 카다얀 마을(Kampung Kadayan)이리라. 현지어로 kampung 즉 깜뽕은 시골의 마을이라는 뜻이란다. 30여 호의 집에 약 340명이 사는 곳이었다. 전기는 이미 오래 전에 들어와 있는 듯 옥내 배선 위에 먼지가 꽤 앉아 있었다.
촌장의 이름은 Inggol Asap. 50 세 가량으로 입성은 초라하지만 점잖은 느낌을 주었다. 이틀 밤을 지내며 우리를 조용히 배려하는 것이나 슬며시 마을 사람들을 챙기는 것을 보고, 아무리 오지에 있는 작은 마을의 지도자라 하더라도 역시 지도자는 무언가 남들과는 다른 것이 있다는 생각을 다시 확인하였다.
우리는 촌장의 집으로 안내되었다. 그 곳이 우리가 2박 3일간 사역하고 쉴 곳이었다. 집의 구조는 동쪽과 서쪽에 각각 집이 한 채씩 있고 그 사이를 연결한 형태이었다. 바닥 면적이 약 6m x 7m 정도인 동쪽 집의 아래층은 부엌과 식료품 및 비품 창고이고 위층은 여자와 아이가 기거하는 곳 같았다. 한편 바닥 면적이 약 4m x 7m인 서쪽 집의 아래층은 그 곳의 일반적인 집들과 같이 가축우리나 창고로 사용되는 빈 공간이 있고 위층은 촌장 자신이 기거하는 방으로 천정이 있었고 응접실처럼 소파와 티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동쪽 집과 서쪽 집의 사이는 약 10 m 정도 떨어졌고 폭은 동쪽 집 및 서쪽 집과 같은 폭으로 7 m 가량이었으며, 그 공간에도 벽과 지붕이 있고, 바닥은 시멘트 바닥에 여기저기 찢어진 비닐 장판이 깔아 놓았다. 벽면은 모두 나무 널빤지를 사용하여 일본식 목조 가옥의 벽면 구조와 동일하나 내벽이 없는 홑겹이었고 지붕은 천장이 없이 골함석으로 덮었다. 처마 끝에는 예외 없이 빗물을 모으는 커다란 물통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 촌장은 자기 방인 서쪽 집을 우리의 숙소로 내어 주었다. 우리는 촌장의 방을 여자들의 숙소와 짐을 두는 장소로 하고, 동쪽 집과 서쪽 집 사이의 장판 깔린 시멘트 바닥의 공간을 집회 장소와 남자들의 잠자리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벽에는 우리도 가끔 보는 서양인 미남으로 그려진 예수 그리스도의 그림과 선거용 벽보와 멋진 배우들의 그림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한 장짜리 달력만 없을 따름이지 새마을 운동 이전 우리나라 시골집 벽을 장식했던 것을 상기하게 하였다. 촌장의 방에는 ‘사바단결당’ 입후보자의 벽보가 높이 붙어 있었다. 촌장은 그 당을 지지하나보다......
그리고 촌장은 교수님과 나를 강으로 안내하였다. 물가는 약 1.5 m의 경사가 급한 진흙 둔덕으로 되어 있었다. 촌장은 그 곳에서 몸을 씻으라 하였다. 진흙이 물에 젖으면 미끄러워 사고가 날 것 같아 보였고 강물이 흙탕물이어서 도저히 그 곳에서 몸을 씻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음날 저녁 더운 날씨와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인 집회로 땀에 절어 우리 일행은 교수님과 나를 빼고 모두 그 곳에서 상쾌하게 몸을 씻었다.
돌아가며 식사 당번을 하기로 하였고 나와 최정선 자매가 저녁 식사 당번이 되어 인디카 쌀로 밥을 지었다. 우리나라에서 밥하는 것과 동일한 요령으로 밥을 짓되 인디카 쌀이 찰지지 않으므로 물을 조금 더 부었다. 밥물은 촌장이 어디선가 가져다주었는데 아마도 빗물을 모아 저장하였던 것이리라. 그러나 우리는 무슨 물인지 개의치 않기로 하고 밥을 지었다. 마실 물은 1.5 리터들이 플라스틱 병에 든 생수를 스무 병 이상 이태훈 선교사 사모님이 준비해 주셨으므로 걱정할 것 없고, 밥물은 밥이 지어질 동안 끓을 것이니 염려를 버리기로 하였다. 특히 우리는 하나님의 일을 하므로 하나님께서 돌봐 주실 것을 믿었다. 난생 처음의 경험이었지만 알맞게 뜸까지 들이니 성공작이었다. 이태훈 선교사 사모님이 그 곳 교민들처럼 멥쌀에 찹쌀을 섞어지으면 우리 쌀과 맛이 거의 비슷하다고 가르쳐 주셨지만 우리는 그것을 잊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8 시부터 저녁 집회를 시작하여 준비해 간 간단한 율동 한 가지와 무언극을 보여주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잘 참여하였다. 특히 로버트 목사가 통역한 홍풍화 전도사의 간증을 어린아이들도 끝까지 잘 참고 들었다. 집회는 성공적이어서 현지인은 아이들을 포함하여 약 75명이 참석하였다. 자정까지 우리와 현지인들 모두 함께 준비해 간 말레이시아어 복음성가를 반복해서 불렀고 아이들과 함께 기차놀이 등 몇 가지 놀이도 하였다. 조용하던 마을이 갑자기 떠들썩해져 주위의 정글이 놀랐을 것이다.
집회가 끝나고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흩어지지를 않았다. 그들은 난생 처음인 외국인의 방문에 흥분이 갈아 앉지 않는 것 같았다. 새벽 두 시가 되어서 가까스로 사람들은 흩어졌고 우리는 가져간 침구를 모두들 뛰어 놀던 바로 그 바닥에 깔고 잠을 청하였다. 그러나 우리를 인도한 현지 목사님들이 더욱 늦게 까지 큰 소리로 이야기하며 수면 방해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곳이 저스틴 목사님의 고향이고 오랜 만에 만난 사촌들이 반가워 이야기가 길어졌다고 하였다. 아무튼 우리는 세 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을 것이다.
나는 은박 돗자리 한 장 만을 깔고 잤는데 아무리 열대 지방이라 하여도 새벽녘에는 시멘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로 한기를 느꼈다.
1월 30일 (금)
역시 닭 우는 소리에 잠을 깨었다. 그 곳의 닭들은 우리와 다른 두 가지 특징이 있었다. 그 하나는 울음소리가 ‘꼭끼요오오...’ 하며 길게 여운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꼭끼요오크’ 하며 여운이 없이 목이 쉰 듯 거친 소리로 짧게 끊어졌다. 그리고 두 번째는 키는 웃자란 것처럼 큰데 몸통과 허벅지 등이 길이에 비에 무척 말라서 껑충하여 생경한 느낌을 주었다. 그 곳에서는 개들도 입이 삐쭉 나오고 말랐다. 그리고 사람들의 귀여움을 받지 못하는지 중국인들의 집에 있는 개를 제외하고 사바에서 본 거의 모든 개들이 피부병에 걸려 있었다. 그 이유는 이슬람의 창시자 마호멧이 수도를 할 때 개가 짖어 방해를 받았기 때문에 개를 좋아하지 않는 탓이라고 하는데 그럴듯한 이유라고 생각하였다. 말레이시아는 회교국이 아닌가? 반면에 집집마다 고양이가 있었다. 잘 사는 집일수록(잘산다는 것이 거기가 거기지만) 고양이의 숫자가 많았다. 그런데 이 고양이들의 하는 짓이 기특하다. 사람들이 밥을 먹을 때 밥상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방바닥에 그릇을 놓고 먹는다. 그런데 사람의 밥그릇의 음식을 건드릴 듯 건드릴 듯 건드리지 않았다. 다만 큰 소리로 울며 음식을 주기를 보챈다. 그리고 고양이는 사람이 흘린 음식을 싹싹 핥아먹었다. 따로 방바닥을 걸레질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사실 우리가 그곳에 머무는 동안 비질을 하는 것은 보았어도 걸레질하는 것은 보지 못하였다.
촌장 집 동남쪽 모퉁이에는 빨랫줄이 있는데 그 곳에 키가 30 cm 정도 되는 원숭이 한 쌍이 있었다. 원숭이들은 듣던 바대로 사람에게 정을 잘 주지 않았다. 몇 년 전 가족 여행 시 서 말레이시아의 조호바루에서 들렀던 한 식당에 있던 앙칼진 성격의 원숭이가 생각났다. 우리나라의 시골이나 변두리 식당의 개는 도둑을 잡을 수나 있을까 할 정도로 순둥이가 많은데 그 것과 비교되었다. 아무튼 머무는 동안 수시로 가까이 가서 친해지려 했으나 돌아올 때까지 친해 질 수 없었다. 원숭이들도 사람이 먹는 쌀밥을 먹었다. 양손으로 밥을 움켜쥐고 볼이 터져라 입안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입안의 밥을 한가할 때 소가 되새김하듯 천천히 씹는 것 같았다. 원숭이는 사람의 키 정도의 높이에 목을 줄로 매어 놓았는데 밥을 땅에 흘리자 아래에 모여 있던 닭들이 서로 먹겠다고 아우성이었다. 이런 시골에서는 아무 것도 그저 버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였다.
우리가 잠을 잔 공간의 북쪽 출입구 옆에는 철망이 둘러쳐진 작은 연못이 있는데 그 곳에 거북이가 십여 마리 있었다. 촌장이 아침에 풀잎 한 줌을 던져주니 거북이들이 모여 들었다. 그 거북이들은 식용이라고 하였다.
촌장의 집 마당 끝에서 양치를 하다가 달팽이를 보았다. 길이는 10 cm 정도로 매우 컸고 달팽이집도 우리나라의 것과는 달리 매우 단단하여 손으로 눌러서는 깨어지지 않았다. 거의 바다에 사는 소라 수준이었다. 촌장이 보고 그거 맛있는 것이라고 알려 주어 조금 놀랐다. 하기야 프랑스의 달팽이 요리는 나도 먹어보았지만 맛이 있지 아니한가?
아침 식사를 현지인들과 함께 하였다. 우리는 라면 파티를 열었다. 서른다섯 봉지 이상의 라면을 끓여 내느라 이광호 형제 등 식사당번들이 애를 먹었다. 김치를 내어 놓았는데 현지인들도 김치를 무척 잘 먹었다. 그런데 식사 도중 그들에게서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다. 우리 같으면 아이들을 먼저 챙길 터인데 어른들은 자기들 먹기에 바빴다. 아이들은 나중에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찾아 먹는 식이었다. 우리도 과거에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들었다. 성경에서 어린아이들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을 상기할 것도 없이, 방정환 선생께서는 당시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이 안타까워 어린이날을 정하고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도록 사회 운동을 벌였다고 나는 기억한다. 그런 점에서 그 곳이 지금의 우리와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개선되어야 할 문제라 느꼈다.
아침 식사 후 8시 30분부터 현지인들과 로버트 목사님의 인도로 아침 경건회를 하였다. 본문은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 촌장이 눈물을 보였다. 그리스도인들은 어디를 가나 울보들이다. 나 또한 예외는 물론 아니다.
아침 경건회를 마치고 현지인들의 가정들에 심방을 갔다. 더러는 믿는 사람들이고 그들 중 얼마는 초신자들인 것 같았다. 총 30여 호의 가구 중 절반 정도인 15 가구 정도를 심방하였다. 젊은이들을 제외하고 조금 만 나이 들어 보이면 모두 병마(말 그대로 질병과 귀신)에 고생하고 있었다. 우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였다. 두 번째로 심방한 집의 여인이 우리들의 안수 기도를 받던 중 검은 남자 모습을 한 귀신이 자기의 몸에서 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하였다. 정글 속 오지이므로 문명과는 거리가 있는 탓에 악한 영의 훼방이 심한 것 같다고 김학유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도 수긍이 갔다. 교인들의 많은 사람들이 촌장의 집에도 있으며 우리에게도 낯이 익은 잘생긴 서구인으로 그린 예수님의 그림을 거실 벽에 붙여두고 있었고, 그것은 그들의 신학이 아직 정교하지 못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 같았다.
다수의 젊은 가장들이 아내와 어린 아기를 남겨두고 코타키나발루 등 대처로 일하러 갔다고 하였다. 또한 상당수의 가장이 일정한 직업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 사람들은 화전(火田)을 일군다고 하였다. 또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맨발로 다녔다. 어른들은 더러 슬리퍼를 신었으나 아이들은 거의 예외 없이 맨발이었다. 흙 묻은 발로 집안을 더럽히지 않도록 출입구에 물동이가 있어서 특히 비 오는 날에는 그 물로 대충 발을 씻고 집에 들어갔다. 칠십 년대 우리의 산골 오지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느껴졌다. 나는 대학 1년생이던 1971년 여름 방학에 춘천 근처 적목리인가 화악산의 마지막 남은 화전민 촌에 들렀던 적이 있다. 그 때 열너덧 살은 되어 보이는 다 큰 처녀아이가 홑치마 바람에 다 찢어진 검정 고무신을 신고 뛰어다니는 것은 보고 놀란 적이 있는데 그 일이 기억났다.
교인들의 심방을 마칠 즈음에 예배당에 들렀다. 내부는 약 25평 정도로 아주 소박하고 깔끔하였다. 교인들의 집을 장식하던 것처럼 강단 쪽의 벽에 최후의 만찬 그림이 붙어 있고 몇 개의 천주교식 장식물을 배치한 것이 눈에 거슬렸다. 역시 신학적으로 미처 정리가 되지 않은 탓이리라. 이상한 것은 벽시계를 설교자나 인도자가 볼 수 있도록 예배당 뒷벽에 붙이지 않고 정면의 십자가 위에 걸어두었다는 것이었다.
현지인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하오 2시부터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아이들은 상오에 학교에 가므로 하오에 어린이 프로그램을 계획하였다. 학교까지 아이들은 편도 5 km 정도를 걸어 다닌다고 하였다. 거의 모든 면에서 칠십 년대의 우리의 산골 오지와 같았다. 우리는 지금의 번영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여야 한다. 특히 우리 민족이 역사상 이렇게 모두 잘 살기는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통일신라시대에 경주에는 수만호의 기와집이 처마를 잇대며 있었고 숯으로 밥을 지을 정도로 잘 살았다고 하지만, 요즘과 같이 거의 모든 시골 사람들과 지체가 낮은 사람들까지 굶지 않았던 시대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물론 기독교가 우리 땅에 전하여지며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을 긍휼히 여기신 결과이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님의 주신 복을 잊고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어린이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한 시간 가량 찬양과 율동으로 분위기를 높여나갔는데 어제 저녁 집회에 해 보았던 복음성가에 맞춘 기차놀이를 이제는 아이들이 그 놀이의 재미를 알아채고 즐기기까지 하였다. 특히 나를 감동시켰고 이 글을 정리하는 지금도 내 귀에 쟁쟁 울리는 것은 현지어 찬양 중 ‘할렐루야를 외쳐라’라는 뜻의 ‘Soraklah Hallelujah’를 아이들이 맑고 밝은 목소리로 목청껏 소리 높여 부른 것이었다. 그 찬양 소리를 들으며 느낀 그런 감동은 근래에 내가 얻어 보지 못한 것으로 내 마음을 뜨겁게 달군 산뜻한 충격이었다. 그 아이들을 사랑하지 아니할 도리가 없었다.
어린이 프로그램은 율동과 찬양 이외에 세 가지를 준비하였다. 아이들을 세 팀으로 나누어 동시에 진행하였다.
(1) 만들기 즉 종이 접기. 비행기 배 바람개비 물고기를 색종이로 접었다. 바람개비는 사무용 핀을 축으로 사용하였는데 어린 아기들이 입에 무는 것을 보고 위험하여 두 번째 그룹부터는 물고기 접기로 바꾸었다. 아이들은 의외로 잘 따라 만들었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한 아이는 우리가 한번 배를 만드는 시범을 보이자 그 배를 만들 줄 알고 있었는 듯 곧 그 배를 접고 우리가 가르쳐 주지 아니한 다른 큰 배도 접었다.
(2) 그리기 즉 색칠하기. 미리 준비해 간 예배당 그림과 기도하는 두 아이의 그림에 색칠을 하게 하였다. 아이들은 구름을 노랗게 혹은 파랗게 칠하기도 하였다. 무슨 까닭일까 의아하였지만 도리어 재미있게 느껴졌다.
(3) 성경 이야기와 풍선으로 갖가지 동물 만들기. 홍풍화 전도사가 영어로 말하면 로버트 목사가 현지어로 통역하였다. 아이들은 성경 이야기를 아주 진지하게 들었다.
하오의 어린이 프로그램에는 젖먹이를 포함하여 60여 명의 아이들이 참석하였다.
어린이 프로그램을 마치고 어제 심방하지 못한 4 가구를 마저 심방하였다. 한 젊은 가장이 중노동으로 몸이 정상이 아님을 이야기하여 안수 기도를 하여 주었다.
저녁 전 간식으로 타피오카를 먹었다. 설탕을 찍어 먹으니 갈데없는 고구마 맛이었다.
하오 8시에 다시 저녁 집회를 가졌다. 현지인들은 어린이 60여 명을 포함하여 100 명이 훨씬 넘게 모였다. 우리 일행 16 명을 포함하면 130 명 가까이 모였다.
김학유 교수님의 설교를 로버트 목사가 통역하였다. 본문은 아침에 로버트 목사가 설교한 것과 같은 요한복음 3장 16절. 준비해 간 현지어 찬양과 다른 율동 한 가지 그리고 무언극을 보여주고 교수님께서 다시 불신자들에게는 복음의 영접과 믿는 자들에게는 믿음의 성숙을 촉구하는 기도회를 인도하셨다. 정말 아름답고 거룩한 시간이었다.
집회가 끝나고 현지인들이 답례로 그들의 민속춤을 추었다. 촌장과 촌장의 딸인 듯한 소녀 그리고 저스틴 목사와 마을 교회 담임 목사님도 춤을 추었다. 발은 동작이 거의 발가락만 꼼지락거릴 정도로 절제되어 있고 상체와 손과 팔은 느린 동작으로 움직였다. 열대지방이므로 더위 때문에 춤까지도 동작을 작게 하는 것 같았다. 김학유 교수님도 촌장과 현지인들의 권유로 그들의 전통 복장을 입고 그들의 춤을 추셨다. 교수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다시 생겼다. 그 춤의 의미를 모르는 나는 혹시 그 춤에 주술적 의미가 들어있을지 몰라 춤추기를 거부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교수님은 나보다 적극적이시다. 물론 저스틴 목사가 먼저 춤을 추었다 하더라도 솔직히 말해서 현지인들의 신학의 정체가 모호하다고 느낀 나는 그들의 춤추기를 끝까지 마다하였을 것 같다. 그랬으면 분위기가 서먹서먹하여졌을 것이 틀림없다.
민속춤의 반주에 사용된 악기는 가운데에 반구(半球)가 도드라진 징과 비슷하였다. 다만 놋을 두드려 만든 방짜가 아니라 주물로 부어 만든 것이었다. 그래서 소리가 맑고 높게 울리지 않고 어둡고 펑퍼짐하게 퍼지는 느낌을 주었다. 다른 교인들의 집에서는 그 악기를 놋이 아니라 쇠로 만든 것도 있었다. 쇠로 만든 것은 소리가 더욱 낮을 것이다. 아무튼 큰 것이 네 개이고 작은 것이 아홉 개였는데 큰 것은 agung이라 하여 따로따로 매달아 한 사람이 하나 씩 담당하여 두드리며 연주하고, 작은 것은 kulintangan이라 하며 9 개를 10 단으로 된 사다리의 한 구간에 하나씩 두 줄의 끈 위에 놓아 울림을 유지하게 하며 한 사람이 모두를 실로폰을 연주하듯 연주하였다. 의상은 모자를 sigal, 윗도리를 badu, 통으로 만든 치마 같은 하의는 bindung, 어깨띠는 sandai, 허리띠는 hokos라 하며, 여자의 치마는 linongkitan 혹은 sukolob라 한다고 하였다.
그 날 취침 중 한 밤중에 비가 왔다. 함석지붕에 난 구멍으로 비가 새어 바로 옆에서 자던 이광호 정종철 두 형제가 잠자리를 옮겼다. 나는 모기장이 갑갑하여 전날처럼 모기장 안에 들어가지 않고 모기약만 잔뜩 바르고 잤다. 그러나 새벽녘에 턱을 한번 물렸다.
1월 31일 (토)
일기에는 반드시 날씨를 적는 것이 상례이다. 그러나 그 곳에서는 그것이 무의미하였다. 왜냐하면 아침나절 잠깐 안개 속에 잠겼던 마을에 금세 이글거리는 태양이 나타나고, 햇볕이 강하다고 느끼면 바로 비가 내리고 다시 해가 이글거리다가 흐리고 도대체 종을 잡을 수 없었다. 하루의 날씨를 대중할 수 없었으므로 기록하기를 포기하였다.
아침 6시경 거칠게 끊어지는 닭울음소리에 다시 잠을 깨었다. 어제와 그제 잠자리가 편하지 않고 수면 시간이 서너 시간에 불과하였는데도 생각보다 피곤하지 않았다. 김 교수님은 정글의 맑은 공기가 우리의 피로를 쉽게 풀어 준다고 말씀하셨다. 등산을 심하게 하여도 그다지 지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인 것 같았다. 특히 그 곳 보르네오 섬을 포함한 순다 열도는 아마존 강 유역과 함께 세계의 허파로서 세계에서 공기가 가장 맑은 곳의 하나이다. 또한 우기의 잦은 비로 먼지도 거의 날리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 곳에서 구름이 조금만 걷혀도 해가 쨍하고 나면 우리가 어렸을 적 60년대에는 경험하였지만 80년대 이후로 아주 잃어버린 정말 청명하고 투명하여 맑디맑은 햇살을 다시 볼 수 있었다.
7시 40분 쯤 아침 식사를 거르고 카다얀 마을을 출발하였다. 헤어짐을 아이들이 섭섭해 할 줄 알았는데 도리어 어른들이 더 아쉬워하였다. 아이들의 눈은 맨송맨송한데 어른들 몇몇은 연신 눈가를 훔쳤다. 특히 촌장의 누이가 눈물을 보였다. 열대 정글의 해는 아침부터 이글거렸다. 지난 이틀간 우리를 잘 따르던 여자 아이가 내 두 다리에 착착 감겼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적 정든 사람들과 헤어질 때 너무나 헤어짐을 아쉬워하여 헤어진 다음 얼마동안 나는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곤 하였다. 따라서 어른이 된 이후 나는 헤어짐은 반드시 칼로 자른 듯이 처리(?)한다. 그래서 다리에 감기는 그 아이에게 눈길조차 두 번 주지 않았다. 아이는 곧 다른 자매에게 달려갔다. 도리어 내 마음이 허전하였다.
당초 우리는 방기 섬에서 미전도 종족에게 복음을 전하거나 복음이 전하여졌어도 교회가 없는 깡촌에 씨를 뿌리는 사역을 예상하고 보르네오에 왔는데, 이미 전기가 들어오고 교회가 있는 곳에서 사역을 하였다. 씨 뿌리러 왔다가 김매기하고 돌아가는 기분이었고, 그렇게 하신 하나님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씨뿌리기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김매기도 아울러 중요한 사역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현지인들의 순수하고 뜨거운 마음은 내개 새로운 도전으로 남았다. 이렇게 남에게 무엇을 주겠다 하고 시작하였던 일이 막상 일을 마치고 나면 항상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많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에도 역시 그러하다. 열대 정글의 밤하늘에 울려 퍼진 찬송과 기도 소리 그리고 이글거리는 태양까지 닿았을 아이들의 맑은 찬양과 웃음소리들을 이번에도 마음 가득 선물로 받았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마을을 나오며 길가의 절개지를 자세히 보니 석회암이었다. 충청북도 단양의 시멘트 공장들에서 본 그 돌들과 꼭 같았다. 그렇다면 석회석의 품질도 높을 것이고 시멘트의 원료로 제격일 것이다. 이 나라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다시 부러워하게 되었다. 또한 어째서 이들은 우물을 파지 않고 빗물을 받아먹을까 의아해 하였으나 이해가 갔다. 지하수는 석회석의 칼슘이 녹아들어 지나치게 뻣뻣하고 식수로 장기간 사용하면 장기내(臟器內) 결석(結石) 등 인체에 피해를 줄 것이다. 항상 남의 문화를 우리 것을 기준으로 판단하여 가볍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오랜 경험을 통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낸 것이리라.
풍광(風光)이 정글로 들어갈 때에는 매우 설어 보였으나 나올 때는 눈에 익숙해졌다. 거의 대부분의 집이 목조 가옥이다. 그림책에서 보던 바나나나 코코넛 잎으로 엮은 초가집은 아주 가끔 보일 뿐이다. 이는 이 지역도 많이 개발이 진행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가끔 보이는 초가집은 임시로 집을 넓히려는 용도로 목조 가옥 본체에 달아내어 지은 것이 대부분이고 집 전체가 초가집인 것은 하나도 없었다. 재미있는 것은 목조 가옥의 지붕은 골함석으로 되어 있어서 빗물이 스며들지 않으므로 물매가 느리지만 초가지붕은 상대적으로 물매가 급하였다. 작은 것이지만 이렇게 집의 구조나 재료가 바뀌어 생활양식이 바뀌면 그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도 바뀌어 갈 것이라는 상념에 빠지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집들은 맞배지붕이다. 그러나 부유해 보이는 집이나 공공 기관으로 보이는 건물의 지붕은 우진각지붕이나 팔작지붕이었다. 어딜 가나 여유가 있어야 멋을 부리는 법이고, 공공기관은 항상 권위로 포장된다. 특히 길가의 시골 마을에 있는 이슬람의 회당은 예외 없이 모두 네모지붕을 하고 있고 꼭대기에 초승달과 별 장식을 달고 있었다.
99학번이라는 정종철 형제와 버스에 나란히 앉았다. 그는 작년에 베트남 선교 여행을 하였다고 하였다. 또한 그는 여행을 가면 예전에는 악착같이 한 가지라도 더 보려고 애를 썼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왜냐하면 여행 후 며칠 혹은 몇 달을 지나면 그런 것들이 모두 잊혀지고 좋았던 추억도 아무런 쓸모 없는 기억이 되어버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란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충고하였다. 사물을 관심을 갖고 잘 관찰하면 의외로 얻는 것이 많으며, 작은 기억도 많이 모아 잘 분석하여 처리하면 좋은 추억은 물론 쓸모 있는 경험이 되고 나아가 값진 지식이 된다고 이야기하여 주었다. 또한 그런 경험과 지식은 다시 사물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이야기하여 주었다. 길가의 새로 세워지는 저 송전탑은 기껏해야 15만 4천 볼트 급이고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이삼십 년 전에 많이 쓰였으므로 이 나라의 현재 전력 수요 및 전력 전송 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으며, 절개지에 드러난 바위는 석회암이어서 시멘트 공장의 건설 적지이며, 조금 전의 논은 누렇게 벼가 익어 있었는데 지금 보이는 저 논은 수확을 하려면 상당히 있어야 하므로 이 나라에서는 일년 내내 벼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상식이 증명되고, 초가집이 목조 가옥으로 바뀜으로 현지인들의 생활양식이 바뀌고 따라서 생각도 많이 바뀌었을 것이고...... 등등 내가 그 때 느낀 것을 설명하며 사물을 자세히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관찰하면 얻는 것이 생각보다 무척 많이 있을 것이라고 충고해 주었다.
길가에 팜 농장이 길게 이어졌다. 김학유 교수님께서 팜 나무 밭에는 뱀이 많다고 하셨다. 그 이유는 팜 열매를 쥐가 좋아하는데 그 쥐를 쫓아 뱀이 모인단다.
상오 아홉시가 조금 넘어 코타마루두에서 hostel 사역 즉 PCS의 기숙사를 책임지고 계시는 로버트 목사님 댁에 도착하였다. 코코넛 주스와 타피오카, 그리고 식빵으로 허기를 조금 달랬다. 로버트 목사님의 작은 아들이 사탕수수의 줄기를 꺾어 껍질을 벗긴 것을 먹었다. 시원하고 달큰하였다. 로버트 목사님의 큰 아들은 지금 한나호에 승선하고 있다고 하였다. 서인호 전도사가 기숙사에 묵고 있는 PCS의 신학생들에게 부탁하여 hostel 구내의 나무에 달려 있는 바나나를 따서 먹었다. 우리나라에서 먹던 맛과는 달리 단맛은 덜하고 풀잎 냄새가 났다. 말레이시아의 바나나는 작은 몽키 바나나를 비롯하여 모두 차이는 있지만 풀잎 냄새가 조금씩 났다. 그 만큼 신선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로버트 목사님 댁 이층 발코니에서 밖을 내다보는데 태양이 또다시 이글거렸다. 나는 집집마다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여 이글거리는 태양으로 발전을 하면 앞으로 이 나라 전력 수요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이 나라는 햇볕이라는 간과하기 쉬운 자원도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캘리포니아 오렌지가 단 것은 캘리포니아의 반사막 지대의 뜨거운 태양 아래로 수천 km 떨어진 곳으로부터 농업용수만 끌어들인 후에 풍부한 일조량으로 따가운 햇빛을 아낌없이 받게 하며 오렌지나무를 가꾼 결과라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하오 1시경 예정대로 서울 중계동의 정신 교회 선교 팀을 인솔하고 계시는 이태훈 선교사님을 만났다. 재주 있고 싹싹한 인상이셨다. 행복한 부부는 항상 어느 부부든 비슷한 느낌을 준다. 합신 16회이시란다. 반가웠다.
하오 2시 30분 코타벨루드(Kota Belud)의 KFC에서 닭고기 튀김으로 점심을 하였다. 시장한 탓이 아니더라도 닭고기가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 카다얀 마을의 닭들이 생각났다. 벽에 걸린 안내판을 보니 KFC의 그 매장은 1998년 5월에 개장된 듯하다. 우리나라는 IMF의 한파로 한창 허리를 졸라맬 때였다. 그런데 그럴 즈음 우리나라의 시골 중소 도시와 같은 곳에 KFC는 매장을 개설하였다. 말레이시아의 전 수상 마하티르의 치적은 확실히 박정희 전 대통령을 생각하게 한다. 다만 차이는 한 양반은 부하의 손에 돌아가셨고, 한 분은 국민들의 존경을 받으며 권좌에서 물러났다는 것이다.
3시 10분경 우리는 점심을 마치고 코타벨루드를 출발하였다. 한참을 달려 높은 고개 마루터기에 오르자 앞을 분간하기 어렵게 비가 온다. 이렇게 몇 시간만 내리면 큰 홍수가 날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평지로 내려오자 비가 그쳤다.
사바에는 큰 강이 없는 것 같았다. 사바에서 본 가장 큰 강이 경기도 여주 남한강 정도의 크기였다. 산이 가깝고 평야가 좁은 탓일 것이다. 강물은 푸르렀다. 1986년인가 여주에 현대전자인가 OB 맥주 공장을 지을 때의 남한강 수질은 검사 결과 그냥 떠먹어도 좋을만한 수질이었다. 그때의 남한강 물빛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수영장이 있는 숙소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바로 수영장에 나왔다. 정신 교회 목사님과 사모님의 수영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런데 선 그라스를 벗은 정신 교회 목사님의 얼굴이 낯에 익었다. 김학유 교수님께서 귀띔해 주셨다. 한나호의 박수진 목사님의 친형이시란다. 그리고 그 밑의 다른 동생 한 분도 목사님이셔서 삼형제가 목사님이시라고 하셨다.
저녁 7시 우리는 저녁 식사를 위하여 버스를 탔다. 그리고 한 3 분 거리에서 버스를 내렸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를 왜 선교사님은 우리를 걷게 하지 않으시고 버스에 태우셨을까? 저녁이지만 열대의 더위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정신 교회의 선교팀을 포함하여 일행이 40여 명으로 많아 통제하기 어려운 탓 때문이었을까? 아무튼 지금도 잘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나라는 우리보다 훨씬 더 보행자를 배려하지 않고 있었다. 건축 공사장 울타리가 인도를 거의 다 차지하여 차도까지 내려선 것은 우리나라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고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복잡한 네거리에도 있어야할 제대로 된 횡단보도가 없는 곳이 많았고 보행자들은 알아서 조심하며 길을 건너야 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래도 우리보다는 교통사고 발생률이 낮단다. 놀랍고 신기하였다. 아무튼 그런 까닭에 3 분 정도의 거리를 선교사님은 우리에게 전세 버스를 타도록 하신 것 같았다. 푸짐한 해산물로 저녁을 하였다. 물고기 튀김과 삶은 소라 새우 게를 이름 모르는 두 가지 채소와 곁들여 정말 푸짐하고 맛있게 들었다. 다만 아쉽다면 회를 먹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태훈 선교사께서 말레이시아에서는 거의 회를 먹지 않았는데 최근 우리와 일본인들이 찾으므로 회를 조금씩 팔기 시작하였다고 설명해 주셨다.
저녁 식사 후 숙소에 돌아와 김학유 교수님과 함께 간단한 기도회를 갖고 다음 일정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코타키나발루에서는 우리나라의 평범한 아파트 같은 곳에서 묵었는데, 방이 세 개에 거실과 부엌이 각각 하나이고 화장실이 두 개인 6인용 아파트 두 채를 이태훈 선교사께서 빌려 놓으셨는데 남녀 각각 한 채씩 사용하였다.
방마다 메카를 가리키는 화살표가 천장에 그려 있었다. 이제 우리는 실제로 영적 전쟁터의 한 가운데 들어와 있는 것이라고 느끼며 마음을 다잡았다.
교수님께서 다음날 코타키나발루 한인 교회의 주일예배에서 설교를 약속하셨으므로 설교 준비를 돕는 의미에서 혼자 조용히 계시게 하고 우리는 여자들의 숙소에 모여 간단한 놀이를 하였다. 나는 게임들을 할 줄 몰라 구경만 하였는데 그 놀이들이 내가 곁에서 보기에 문제가 많았다. 3․6․9라는 게임은 거의 10년 전부터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았지만 옆에서 자세히 지켜보기는 처음이었다. 그 밖의 게임도 대부분 술래를 때려주거나 골려주는 게임이며, ‘스파이인가 마피아를 골라 잡아내는 게임’은 인간의 간교한 속성을 드러내게 하고 그것을 알아채는 것을 숙달시키는 게임으로 친구 간에 불신을 조장할 수 있는 권하고 싶지 않은 게임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다음날 정신 교회 청년들의 놀이를 보고 아주 놀라 거의 까무러칠 뻔하였다. 말뚝박기를 하는데 여학생 남학생 구분이 없었다. 두 패로 나누어 한 패가 술래가 되면 여학생 하나가 마부가 되고 나머지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은 말(馬)이 되었다. 그것이 나를 놀라게 하였다. 마부가 된 여학생의 가랑이 사이에 남학생이 머리를 집어넣고, 앞말인 남학생의 가랑이에 뒷말인 여학생이 머리를 집어넣고...... 요즘은 여학생도 말뚝박기를 하고 말뚝박기를 하면 모두들 저렇게 노느냐고 우리 일행 중 최은영 자매와 정선영 자매에게 물어 보았다. 그렇단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내 딸들도? 내가 완고한 구시대의 인물인가? 그러나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건 남녀가 동등함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그 건 젊은이의 자유분방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내 머리는 혼란 속에 빠져버렸다.
2월 1일 (일)
아침 7시에 기상을 하여 8시에 아침 경건회를 내가 인도하였다. 본문은 여호수아 2장. 싯딤에서 여호수아가 보낸 두 이스라엘 사람 정탐꾼은 여리고 성안에 라합이 있을 줄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여리고 성에 들어간 다음 라합과 같이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음을 확인하고 몹시 놀랐을 것이다. 이번 우리의 사역도 우리는 믿지 않는 방기 섬의 사람들에게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쿠닷 지역에 홍수를 일으키시어 다리를 끊으시고 나룻배를 고장 나게 하시어 방기 섬으로 향하려던 우리의 발길을 돌려 피타스 지역으로 향하게 하셨고, 우리는 그곳에서 이미 어려운 삶 속에 있지만 하나님을 믿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믿음을 격려하고 돌아왔다. 그렇게 여리고 성에 라합이 있었듯이 카다얀 마을에도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이미 있었고 우리는 그들의 신앙을 격려하였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우리의 이번 사역을 준비하셨던 것 같다. 여호수아 2장의 묵상을 통해 우리의 이번 여행에 깔린 하나님의 뜻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분명하게 이해시키시는 듯하였다. 나는 우리의 격려가 씨앗이 되어 훗날 깜뽕 카다얀이 신앙적으로 뛰어난 명성을 갖는 마을이 되도록 기도하자고 일행들에게 권유하였다.
묵상을 마치고 김학유 교수님은 우리에게 숙제를 주셨다. 우선 동 말레이시아보다 이슬람의 교세가 견고하고 따라서 선교가 거의 불가능하며 영적으로 심각한 도전을 받고 느낄 것이므로, 서 말레이시아에 가거든 하나님의 복음이 그 곳에도 활발히 전해질 수 있도록 땅 밟기 기도를 하자고 하셨다. 그리고 그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자고 하셨다.
아침은 간단히 빵으로 대신하였다. 그런데 이번 여행의 팀장인 김정민 전도사와 회계를 맡은 서인호 전도사가 새벽에 아침거리를 사러 나가서 어렵게 상점을 찾아 간신히 물건을 산 다음 둘러보니 마침 바로 숙소 뒤편이어서 멀리 돌아 정문으로 오는 것이 귀찮아 울타리를 넘었는데 현지인 경비원에게 들켜 망신을 당하였다고 한다. 현지 경비원들이 무전기로 투 코리언 어쩌구저쩌구 하며 어디론가와 이야기하며 콘도의 프론트 데스크에 와서 확인한 후에야 풀려났다고 하였다. 함께 웃었지만 어글리 코리언의 일면을 유감없이 드러낸 하나의 쾌거(?)라고 생각하였다. 하나님께서는 이 해프닝을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상오 10시 코타키나발루 한인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렸다. 김학유 교수께서 마가복음 1장 29절에서 39절의 말씀을 가지고 설교하셨다. 한 마을에 머물기를 마다하시고 다른 마을로 전도를 위해 떠나신 예수님은 오늘날 우리의 선교에 모범이 되셨다. 또한 선교를 위하여 가진 것을 거저주고 소유를 줄이고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단순하게 살기를 예수께서는 가르치셨다. 이런 까닭에 카다얀 마을을 떠날 때 교수님께서는 조금이라도 우리에게 필요가 없는 것이라면 현지인들에게 선물로 주자고 하셨던 것 같았다. 그래서 김정민 전도사는 가지고 간 공연용 기타도 둘 중의 하나를 현지 젊은이들에게 주고 왔다.
예배를 마치고 교회에서 그 곳 한인 교회 교인들과 정신 교회의 팀과 함께 점심을 든 후 탁구와 축구 등을 하였다. 숙소로 돌아와 하오에는 정신 교회 측과 수영장에서 수구를 하였다. 홍풍화 전도사가 덩치와 힘으로 밀어붙여서 6 대 1로 우리가 크게 이겼다. 홍 전도사는 대학 시절에 미식축구 선수였다는데 그 날은 미식수구(?)는 이렇게 하는 것이란 시범을 보인 것 같았다. 정신 교회에서 함께 오신 장로님 역시 투지가 대단하셨다. 장로님은 게임에도 열심이셨지만 그 곳의 선교에도 관심이 많으셨다. 정신 교회에서는 매년 이 지역의 한 곳을 반복하여 방문하여 지원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약 삼백만원을 들여 정글에 교회를 세워 주시기도 하였단다.
저녁은 중국 식당에서 뷔페로 하였다. 거의 모든 것들이 처음 먹어보는 진기한 것들이었다. 과식을 하였다.
저녁 늦게 하오 9시 45분경부터 숙소에서 이태훈 선교사님의 강의가 있었다.
선교사님은 1979년 거듭나신 후에 우리나라의 낙도 선교를 하시다가 한나호를 타셨고, 한나호로 말레이시아 등지의 순회 사역을 하다가 합동신학대학원에 입학하시어 신학을 공부하시며 선교와 목회를 동시에 할 수 있기를 기도하시던 중 1995년 코타키나발루로 사바 지역 최초의 상주 선교사로 총회에서 파송되셨다. 그런데 총회 선교사는 GMTC 훈련이 필수이나 선교사님은 그 훈련이 여러 가지 여건 상 불가능하여 현재는 총회 파송 선교사가 아니라 총회의 협동 선교사 자격이시란다. 아무튼 1995년에 코타키나발루 한인교회를 세우시고 이민 교회 사역을 시작하셨단다. 현재 사바 지역에는 세 개의 교단이 있다고 하셨다. SIB(OMS가 지원)와 PCS(Protestant Church of Sabah; 유럽 바젤 미션이 지원하나 점차 지원이 감소하고 있음.)와 UPC(United Pentecost Church)가 있는데 선교사님께서 정글을 돌아다니시다가 PCS를 만나 협력하게 되었는데 이 지역의 한인 선교사들이 모여 각각 협력 교단을 정하셨고 이태훈 선교사님은 PCS와 전적인 관계를 갖기로 합의하셨다.
선교사는 현지인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하셨는데 신앙의 동역도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야 한다는 말씀으로 이해되었다. 그리고 Sabah Care Center라는 이름으로 인쇄회사 등을 설립하여 문서 선교를 활발히 하며 기독교 영화를 말레이어로 더빙하여 선교에 활용하고, 현재 PCS 교단의 보수를 받으며 무력해진 현지 목회자들을 재교육하여 현지 교회의 자립도를 높이고 현지 PCS 신학교를 더욱 힘 있게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라 하셨다. 특히 PCS 산하에는 교회의 수가 약 450 개가 되는데 목사님은 약 서른 분으로써 한 분의 목사님이 열다섯 내지 스무 교회를 담임하는 실정이므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신학교의 학생수를 조금씩이라도 늘려가며, 교단으로부터의 보수를 줄이고 교회의 자립을 통해 궁극적으로 한 분의 목사님이 한 교회를 담임하는 일을 이루어 나가기를 기도하신다고 하셨다. 실제로 카다얀 마을 교회의 담임 목사님도 15 개인가 17 개인가의 교회를 담임하시며 도보로 각 교회를 순회하신다고 한 현지 목사님들의 말씀이 기억에 떠올랐다.
자정에는 하지인가라고 하는 이슬람의 축제 곧 라마단을 끝내며 기뻐하는 폭죽 소리에 놀라기도 하였으나 강의는 이야기로 이어졌고 이야기는 새벽 2시가 가까워서 끝났다. 강의와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는 지난날 선교사님의 노고를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의 힘찬 계획에 도전을 크게 받았다.
2월 2일 (월)
아침 8시에 경건회를 홍풍화 전도사가 인도하였다. 본문은 여호수아 3장. 요단을 건너는 이스라엘과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는 이야기였다. 우리도 이번 사역의 모든 일정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기를 다시 한번 기도하였다.
경건회 후 김학유 교수님은 우리 일정의 절반이 지났음을 상기시키시고 나머지 절반의 일정의 시작을 잘 계획하고, 서 말레이시아에서 있을 회교도들에 대한 영적 부담과 그에 대한 우리의 각오를 새롭게 하자고 다시 말씀하셨다.
어제처럼 간단하게 빵으로 아침을 든 후 9시 50분쯤 숙소를 나섰다. 이태원 선교사님의 11살 난 아들 원찬이는 영어 이름이 Calvin이란다. 원찬이는 생긴 것도 듬직하고 행동도 어른같이 신뢰감을 주는 아이였다. 버스 안에서 그의 사진을 찍으려니까 싫다고 하였다. 그러나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짐짓 포즈를 잡아 주었다. 어린아이이지만 남에게 헌신할 자세가 되어 있는 대단한 품성을 가지고 있는 아이라고 느꼈다.
밀림 속 오지 마을에서의 우리의 수고에 대해 우리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하여 김학유 교수님은 여행 일정의 가운데에 아름다운 휴양지에서의 하루를 미리 계획하신다고 하셨다. 그런데 이번의 그 휴양지는 작은 섬이라 하였다.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옆에 젊은 회교도 여성들이 서너 명 모여 있었다. 그들도 어디론가 가기 위해 배를 기다리는 듯하였다. 나는 그들에게 머리에 쓴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들은 서로 마주보며 웃으며 재잘거리듯 나에게 hudong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의외였다. 북아프리카의 히짭이나 서남아시아의 부르카 혹은 동남아시아의 hudong을 쓴 여인들을 사진으로 보면서 나는 회교도들은 우리 옛날 조상님들보다 훨씬 더 남녀의 유별함을 따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와 꼭 같이 밝은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잘못된 교육으로 북한 사람들을 뿔 달린 괴물 정도로 오해하고 있었던 것처럼 회교도들에게도 크게 오해하고 있었다고 잠시 생각하였다. 다만 북한 사람들이 우리의 혈육이므로 우리가 아량으로 그들을 품어야 하듯, 회교도들도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존재들이므로 그들을 사랑으로 주님께 돌아오도록 기도하고 인도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우리가 찾아간 마누칸 섬(Pulau Manukan)은 정말 대단한 곳이었다. 비유하자면 천국은 못되지만 오백국은 충분히 되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선착장에 가까워지자 맑은 물이 바닥까지 보이고, 선착장 밑에는 여러 가지 물고기가 모여 있었다. 달력이나 노래방 기계 화면에 등장하는 정말 그림 같은 곳이었다. 콘도의 입실이 하오 한 시부터라 하여 관리 사무소에 짐을 맡기고 섬을 둘러보았다. 섬의 길이는 약 1.5 km 남짓, 너비는 제일 넓은 곳이 약 300 m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산호 섬 이다. 문진으로 쓸 돌 하나를 주웠다. 나는 여행 할 때 마다 주먹만한 돌멩이를 하나씩 줍는다. 그 돌들은 모두 현지에서는 평범하게 생겼지만 집에 가지고 오면 어느 것이든지 강한 개성을 드러내 보인다. 그러나 그 돌들은 내게 무엇보다도 귀한 추억을 담고 있는 것들이다. 만리포 옆 천리포에서 주워 온 돌, 우리 학교 뒷산에서 주워 온 것, 가족들과 함께 그랜드 캐년에서 주운 것......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펴 놓고 보고서 따위를 쓸 때 그 돌들로 눌러 놓으면 책장이 제멋대로 넘어가지 않게 할 수 있고, 그 돌들을 보노라면 그 돌에 얽힌 기억이 모두 아름다운 추억으로 떠오른다. 여행 기념품으로 그런 돌멩이 외에 꼭 한 가지를 나는 돈을 주고 산다. 이름은 영어로 타이슬링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자신이 없다. 아무튼 나는 여행할 때마다 넥타이 대신 매는 펜던트를 우리 돈으로 이만 원 이하의 것을 산다. 경복궁 기념품 판매점에서 아내와 산책 중 산 무늬 박힌 돌로 만든 것과 중국 서안의 당나라 때 경교(景敎)의 비석이 보관되어 있는 비림(碑林)에서 산 옥으로 된 것과 싱가포르에서 그 곳의 나라꽃인 난초꽃이 박제된 것을 나는 즐겨 맨다. 아쉽게도 이번 여행에서는 그것을 구하지 못하였다. 쿠알라룸푸르의 대형 쇼핑 몰이나 기념품 가게에서도 구할 수 없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타이슬링을 구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마누칸 섬에서는 오래된 산호들이 엉켜 죽어 돌이 된 것을 주웠다. 나중에 김학유 교수께서 하나 더 주워주셨는데 문진으로 쓰기에는 너무 가벼워 슬그머니 바다에 던져 제 자리로 돌려보냈다.
콘도에 들어가 점심을 지어 먹으려니 화덕이 없었다. 할 수 없이 관리 사무소에서 파는 바비큐용 숯불로 밥을 지으려 했지만 제 시간에 가져다주지 않아서 우리는 커피포트로 물을 끓여 봉지라면을 해서 먹었다. 라면 봉지의 네 개의 가장자리 중 접착해 붙인 한 면만을 조심스럽게 뜯어 연 후 라면을 둘 내지 네 조각으로 내고 스프를 털어 넣은 후 뜨거운 물을 끓여 부으면 컵 라면처럼 봉지 안에서 익어 먹을 만해진다. 다만 봉지라면은 라면을 살 때 라면의 포장용지가 튼튼한 것을 구해야지 얇은 비닐로 된 것은 포장이 녹아버리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나는 지난 해 기숙사에서 젊은 급우들에게 봉지라면을 몇 번 대접 받아서 경험이 있었지만 김학유 교수님은 재미있고 좋은 것을 배웠다고 즐거워하셨다. 우리는 이렇게 그날 점심을 봉지라면으로 때웠다. 카다얀 마을에서의 라면 잔치를 포함하여 이번 여행에는 라면을 유난히 많이 먹었다. 출발 전 준비물을 구입하러 김정민 전도사와 쇼핑 몰에 갔을 때 남으면 선교사님들께 드리고 오자고 넉넉히 구입한 결과였다. 라면은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인 1962년 처음 출시되었는데, 당시 우리 할머니는 조리법을 모르셔서 이웃집 식모 누나에게 배우셨다. 벌써 45 년이 넘은 이야기이다. 일본에서 개발된 라면이 내외국인 할 것 없이 한국인의 주식의 하나로 인정되고 있다고 판단하여도 큰 오류는 아닐 것이다. 점심을 먹고 바다에 나가려니 햇살이 너무 따가웠다. 모두들 여독에 지쳤고 교수님도 안전사고를 우려하시는 듯 조금 더 실내에서 쉬고 네 시 쯤 되어 햇살이 조금 부드러워지면 모두 함께 바다로 나가자고 하셨지만 내가 누구인가? 정식으로 수영을 배우기는 마흔이 훨씬 넘긴 후였지만 이미 중학교 삼학년 때 오리발과 수경을 착용하고 포항 송도 해수욕장의 방파제에서 굴을 따던 내가 아닌가? 섬에 도착하여 둘러볼 때 스노클을 가지고 바다 속을 구경하는 사람이 여럿 있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나는 도저히 한 시간이 넘도록 기다릴 수가 없었다. 김대원 전도사와 서인호 전도사를 꼬여 셋이서 교수님의 말씀을 어기고 바다로 향하였다. 150 링깃을 맡기고 나중에 반납할 때 115 링깃을 찾는 조건으로 스노클 세 개와 오리발 하나를 빌렸다. 오리발 하나 빌리는 값이 5 링깃인 셈이다. 두 전도사는 오리 발을 사용한 경험이 없으므로 빌리려는 것을 내가 말렸다. 경험 없는 사람이 갑자기 오리 발을 사용하면 다리에 쥐가 나기 십상이기 때문이었다.
바다 속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오래 전에 들어가 보았던 동해보다는 다채롭지 못함을 느꼈다. 그렇지만 송구공 만하게 보이는 성게가 밭을 이루고 있었고 엔젤피쉬를 포함하여 여러 가지 아름다운 물고기들과 여러 가지 산호가 그 모양을 뽐내고 있었다. 성게 알의 맛을 생각하고 덤벼들다 성게 가시에 찔렸는데 서울의 집에 돌아와서까지 따끔거리며 아팠다. 가시를 피할 집개만 있었으면 그 바다의 모든 성게는 나로 인해 멸종하였을 것이다. 너덧 가지의 산호 조각과 말똥 성게의 껍질을 자맥질하여 건져다 자매들에게 주니 좋아들 하였다. 그리고 나는 주먹만한 소라를 주워 저녁에 구워먹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보티첼리의 그림 ‘비너스의 탄생’에 보이는 접합부가 물결처럼 주름잡힌 조개를 건져 올렸다. 크기가 충분히 25 cm는 되는 것이었다. 그 놈은 물 밖으로 나오자 머금고 있던 바닷물을 내뿜어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입을 꼭 다물었다. 교수님은 예전에 한나호 사역을 하실 때 남 태평양에서 현지인들이 건져 올린 이보다 훨씬 큰 그 조개를 보신 적이 있다고 하셨다. 먹을 수 있다고 하셨지만 나는 그것을 바다에 다시 던져 주었다.
관리 사무소에서 파는 바비큐용 숯불로 서인호 전도사가 요리한 볶음밥과 계란국을 저녁으로 맛있게 먹고, 9시 45분쯤 교수님의 인도로 지금까지의 사역에서 좋았거나 기뻤던 일들을 나누고 앞으로 서 말레이시아에서의 사역에 대한 각오를 다짐하는 모임을 가졌다. 유익한 시간이었다. 참가자들의 발표를 간략하게 종합하여 정리하면 대충 다음과 같았다. 먼저 지금까지의 사역에 대해 우리의 준비가 부족하였다는 반성이 있었다. 우리의 고유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프로그램의 준비는 물론 현지어의 공부 등 사전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선교 사역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깨닫고 선교에 헌신을 희망하는 사람도 여럿 나왔다. 또한 참가자들 사이에 좋은 교제를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사람도 여럿 있었는데, 특기할 것은 전도사가 지어준 밥을 먹으며 제자들의 발을 씻긴 예수님을 떠올렸다는 한 청년의 말에 나는 긴장하였다. 그 말은 우리 교역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성도들의 마음에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크고 대단하게 투영된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밖에도 지금까지의 여행에 대한 아름답고 귀한 소감을 많이 내어 놓았다.
김학유 교수님은 우리들의 발표를 들으시고 정리를 겸하여 요약하여 주셨다.
단기 선교를 통하여 참가자는 먼저 우리의 생활 터전에서 멀리 떨어진 선교지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가와 선교지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배우게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단기 선교 사역은 그 자체가 중요한 선교 사역으로서 현지의 상주 선교사가 할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하셨다. 다시 말해 상주 선교사가 어느 마을을 선택하여 공략하여도 만족하게 뚫리지 않을 경우 단기 선교 팀이 들어와 한바탕 하나님의 잔치를 벌이고 떠난 후 상주 선교사가 그 마을을 방문하면 거의 대부분 마음을 열고 반겨 맞는다고 하며 그 효과는 가히 폭발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하셨다. 즉 상주 선교사 혼자서 이삼년 걸릴 일을 단기 선교 팀의 참여로 단기간에 결정적 변화를 일구어 낼 수 있다고 하셨다. 특히 이번에는 공연 팀만 참가하였지만 공연 팀 이외에 의료 팀이 동행하면 보다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하셨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씀이었고, 나는 그 말씀 한 마디를 듣고 공감할 수 있는 것으로 이번 선교 여행의 본전은 뽑았다는 영악한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의사인 내 아우들과 내 친구들 그리고 우리 교회에 출석하시는 여러 의사 선생님들의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리고 단기 선교는 참가자의 소속 교회에 선교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을 일으키며, 상주 선교사에게는 영적 활력을 새롭게 충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하셨다. 내가 예전에 출석하던 교회에서 지금 장로회 신학 대학의 선교학 교수로 계시는 김영동 목사의 인도로 인도네시아에 우리 큰딸아이를 단기 선교 사역을 위해 보낸 적이 있는데, 그 때 그 곳에 상주하시던 김충환 목사님이 귀국하셨을 때 우리 집에서 저녁을 함께 하며 나눈 이야기와도 일치하는 내용이었다. 아무튼 단기 선교 팀으로부터 상주 선교사는 영적인 힘을 크게 얻는다고 하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단기 선교의 열매는 참가자 각자가 단기 선교를 통해 인생의 중요한 이정표를 발견하고 장래를 설계하는데 큰 도움을 받는 것이라고 지적하셨다. 그랬다. 이 점은 내가 이번 여행에 참가하며 품었던 중요한 기도 제목의 하나였다. 여기서 나의 결심을 모두 밝힐 수는 없지만 이번 선교 여행이 나에게도 많은 도전과 기도 제목과 향후 계획의 과제를 주었다는 것은 숨길 수 없다.
모임을 마친 후 우리는 다시 바닷가로 내려갔다. 그 아름다운 곳에서 우리는 그냥 잠을 잘 수는 없었다. 밤바다를 산책할 때 김대원 전도사가 내가 낮에 건져 올렸던 그 ‘보티첼리의 조개’를 다시 주워왔다. 우리는 그것을 다시 구워먹을까 말까 고민하였다. 만일 구워먹을 불만 있었으면 그 조개는 그날 저녁 우리의 야식감이 되었을 것이었으나 불이 없어서 선착장 근처 바다에 다시 던져 넣었다. 그 놈은 그 날 그렇게 두 번 죽었다 살아났다. 대신 우리는 바닷가에서 작을 소라를 여럿 주웠고 그렇게 그 밤은 즐겁게 깊어갔다. 한편 나는 선교 여행이 불가능하다면 가족 여행으로라도 그곳에 다시 가고 싶었고,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2월 3일 (화)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침 8시에 김대원 전도사의 인도로 경건회를 시작하였다. 본문은 여호수아 4장. 나는 우리의 사역지를 방기 섬에서 카다얀 마을로 바꾸신 하나님의 의도가 어제 묵상한 바와 같이 보르네오의 정글 속에도 하나님을 경외하며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우리에게 알리시는 것에 있었으며, 또한 오늘의 묵상에서는 24절의 말씀에서와 같이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간들이 하나님을 바로 알기를 원하신다고 느꼈고, 따라서 이번 사역은 하나님의 계획 하에 있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우리는 다시 봉지라면과 어제 바비큐 숯불로 지어놓은 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코타키나발루로 나가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시간이 여유가 있어 바닷가에서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나는 손해였다. 이번 여행에 내가 기록을 담당키로 하였으니 도리 없이 남의 사진은 수시로 많이 찍었지만 나는 사진 찍힐 기회가 아주 적었다. 또한 나는 내 카메라의 성질을 알기 때문에 내가 남들을 찍어 주면 거의 작품(?) 수준에 이르지만 내 카메라로 다른 사람이 나를 찍으면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아 멋있게 찍지 못했다. 그 아름다운 섬에서의 멋진 나의 모습을 사진 한 장으로 남기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 텐데 막상 이 글을 쓰며 사진을 확인하니 700 장이 넘는 사진 중에 내가 멋지게 찍힌 사진이 하나도 없다. 물론 사진을 말하기에는 원판이 보잘 것 없고, 그렇다고 700 장의 사진 중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찍은 것도 마음에 들게 잘 찍은 사진이 솔직히 별로 없으므로 이렇다저렇다 말할 자격은 없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그렇지만 그 바닷가에서 서인호 전도사와 정은혜 자매를 찍은 사진 한 장은 가히 신혼여행사진이라고 하여도 손색이 없는 듯하여 조금 위로가 된다.
하오 1시경 코타키나발루로 나오는 배를 탔다. 마누칸 섬에 들어가고 나올 때 배의 속도도 빠른 편이고 요동이 심하였다. 섬으로 들어갈 때는 작은 흥분으로 불안감이 적었는데 나올 때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게다가 들어갈 때에는 열세 사람이 탔지만 나올 때에는 조각배에 우리 일행 14 명과 운전수와 조수 모두 열여섯이 탔다. 아니나 다를까 육지로 삼분의 이 쯤 나와 바다 가운데에서 운전수가 잠시 시동을 꺼먹었다. 비록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겁먹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들어갈 때에도 내가 앞부분에 앉아 바닷물이 튀어드는 대로 맞아 엉덩이가 완전히 젖었었는데 나올 때도 역시 엉덩이를 조금 적셨다. 갈아입을 바지도 없어서 그냥 입은 채로 말렸다.
간단한 말레이시아식 뷔페로 점심을 먹고 서 말레이시아로 이동하기 위하여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으로 향하였다. 공항으로 가는 전세 버스에 오르기 전 이태훈 선교사 사모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 모두에게 사바의 차 한 상자와 파인애플 말린 것 한 봉지씩을 이별 선물로 주셨다. 나는 늙은 신학생이라고 특별히 여기셨는지 바로 그 ‘보티첼리의 조개’ 작은 것으로 만든 공예품을 비누갑이라며 내게만 주셨다. 송구스럽다. 아내는 그 조개껍질을 비누갑으로 쓰지 않고 내가 마누칸 섬에서 주워온 산호 조각들을 담아 우리 집 거실 벽난로 위 가족사진들 앞에 두었다. 두고두고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하오 3시반경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그곳에서 이태훈 선교사님과 헤어졌다. 같이 있은 시간도 대화를 나눈 시간도 얼마 되지 않지만 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과의 헤어짐은 섭섭하기 그지없다. 선교사님의 사역과 그 가정에 하나님께서 함께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하며 다시 만날 것을 마음속으로 다짐하였다.
말레이시아는 우리와 다르다. 코타키나발루에서 쿠알라룸푸르로 가는데 약식이지만 출입국 신고를 한다. 올 때도 그리하였던 기억이 있다. 두 지역의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 동질감이 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바의 옆에 있는 주(州)인 사라와크(Sarawak)의 출입은 더욱 까다롭다고 하는 말을 듣기도 하였다. 시간이 남아 작은 공항에서 두 시간 가까이를 기다렸다. 코타키나발루 공항은 청사가 작다고는 하여도 부산 공항보다는 커서 제주 공항만큼은 되는 것 같았다. 공항의 넓은 대합실 창으로 활주로 넘어 마누칸 섬이 보였다. 줍빠 라기! 풀라우 마누칸...... 다시 보자! 마누칸 섬아......
코타키나발루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의 거리는 1,500 km가 넘어 서울과 동경 간의 거리보다도 조금 먼 것 같다. 우리는 2시간 정도를 날아 하오 7시 30분경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착륙하였다. 점심 때 마누칸 섬이라는 오백국(?)을 출발하여 약 6 시간 후에 속세에 내려온 느낌이었다. 사바에서 서 말레이시아에 가면 이슬람의 영향으로 영적으로 갑갑함이 느껴진다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는데 그 탓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따로 부친 짐 중에서 키보드가 다른 사람들이 물건을 모두 찾아 가도록 나오지 않았다. 회전 컨베이어를 한 바퀴 돌아보니 이미 키보드는 컨베이어에서 누군가가 내려놓았다. 아마도 항공사 직원이 파손을 우려하여 회전 컨베이어 옆까지 손으로 운반하여 가져다 놓을 것 같았다. 그런 걸 모르고 30분이 넘게 기다렸다. 또한 쿠알라룸푸르 열린 교회에서 전도사님이 봉고를 가지고 마중 나오셨는데 한나 프레스에서 오던 겔로퍼가 도중에 고장이 났단다. 봉고는 12 인승이어서 쿠알라룸푸르 열린 교회의 전도사님을 포함하여 우리 일행 15 명이 모두 탈 수 없어서 김 교수님과 홍풍화 전도사 그리고 서인호 전도사와 나는 택시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쿠알라룸푸르에도 예전의 서울과 같이 택시 운전사의 바가지 횡포가 대단하다고 한다. 그래서 쿠알라룸푸르에서는 공항에서 택시를 탈 때 목적지와 승차 인원을 알리고 요금을 지불하고 표를 끊어 택시를 타고 택시 운전사에게 표를 주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공항 택시의 바가지를 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 우리가 탄 택시는 인도인이 운전하는 벤츠였다. 그런데 내가 “어, 벤츠네!” 하고 좋아하였더니 홍풍화 전도사가 벤츠는 똥차라고 벤츠를 깎아 내렸다. 또한 인도인 운전사가 풍기는 분위기가 묘하게 싫었다. 그래서 나는 지난 96년 경부고속도로에서 내가 운전하던 차가 급 브레이크를 밟아 180도 회전하였지만 나와 자동차에 눈곱만한 상처도 없었는데 그 때 자동차가 회전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순간적으로 내가 하나님께 서원하였다는 이야기와 고속도로의 나트륨 등으로 된 가로등에 대한 나의 지식을 20여 년 만에 꺼내어 설명하며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우리는 공항에서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쿠알라룸푸르의 외곽에 있는 암팡(Ampang) 시에 있는 쿠알라룸푸르 열린 교회의 선교관에 9시가 조금 넘어 도착하였다. 쿠알라룸푸르 열린 교회는 주일 예배 참석인원이 약 250명이며, 담임목사님은 합신 9회 출신이신 김기홍 목사님이란다.
비행기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였지만 우리는 저녁을 먹기 위해 한나 프레스의 조양옥 선교사님과 쿠알라룸푸르 열린 교회의 부목사이신 박 광범 목사님의 안내로 근처의 Keroncong이라는 식당으로 갔다. 길가의 허름한 식당이지만 음식 맛이 좋았고 특히 그곳의 과일 주스는 내 입에 맞게 달고 시원하였다. 그 식당의 간판이 재미있었다. 말레이시아인들에게 언어는 있었지만 문자가 없어서 유럽의 식민지 시절부터 알파벳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알파벳 표기법이 이렇다. 예를 들면 식당을 restaurant로 적지 않고 restoran으로 적는다. 그리고 taxi는 teksi로, bus는 bas 등 발음되는 대로 외래어를 표기한다. 따라서 그 식당은 Restoran Keroncong이라 표기하였는데 -cong의 o는 뚜껑이 덮이고 김이 무럭무럭 나는 냄비로 그려 놓았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로부터 새로이 독립한 동티모르의 영부인이 한국을 방문하였다는 소식과 함께 새 나라 동티모르에서는 문자를 한글로 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한 대학이 이를 연구 중에 있다는 신문 기사가 머리에 떠올랐다.
2월 4일 (수)
새벽 6시에 이슬람교도의 귀곡성(鬼哭聲) 같은 기도 소리에 잠을 깨었다. 기분이 몹시 나빴다. 아직 밖은 깜깜하였다. 날이 밝으며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날아가는 까마귀 두 마리. 다시 기분이 나빠졌다. 에어컨을 켜놓고 자서 목이 뜨끔거리고, 마누칸 섬에서 성게 가시에 찔린 손가락이 조금 따끔거렸다. 소염제를 한 알 먹었다.
서인호 전도사가 아침 경건회를 인도하였다. 본문은 여호수아 5장 1절에서 12절까지. 하나님께서는 이해할 수 없는 지시를 하신다. 요단을 건너고 이제 전투를 준비하여야 할 사람들에게 할례를 명하신다. 할례를 하면 전투를 할 수 없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할례를 하라신다. 그렇게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게 하셨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영적으로 어두운 땅인 이곳에서 우리는 전적으로 하나님께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상오 9시부터 한나 선교회의 조양옥 선교사께서 말레이시아란 나라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교재를 마련하여 오셨는데 군데군데 괄호를 만들어 빈칸을 두셨다. 선교사님은 전직이 생물교사셨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런 방법이 가르치기에 효율적이라 하셨다. 공감이 갔다. 가르치는 말씀을 듣지 않으면 괄호를 채울 수 없고 괄호를 채우지 않으면 교재는 휴지 조각에 불과하니 말이었다.
말레이시아의 인구는 약 2,300만 명, 그 중 인도네시아 쪽인 남방에서 올라온 것으로 보이는 말레이인이 65&per;, 영국에 의해 몇 백 년 전부터 말레이시아의 고무 농장이나 주석 광산에 흘러들어 온 남부 중국인이 26&per;, 역시 영국에 의해 강제적으로 고무 노장 노동력으로 이주된 인도인이 8&per;를 이룬다고 한다. 그 날 하오 오랑 아슬리 마을을 찾아가는데 시골 마을의 고무나무 농장 근처에는 그 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집인 듯한 집들 앞에 인도 여인들이 문가에 나와 앉아 지나가는 자동차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공식 언어는 바하사 말레이시아어이지만 영어가 많이 쓰이며 중국어와 타밀어도 민족에 따라 사용된다. 종교는 서 말레이시아의 경우 회교가 62&per;, 중국 불교가 24&per;, 힌두교가 6&per;, 기독교가 3&per; 정도란다. 참고로 사바에서는 회교가 55&per;, 기독교가 30&per;, 그리고 정령 숭배자가 7&per;이며, 사라와크에서는 회교가 26&per;, 기독교가 34&per; 그리고 정령 숭배자가 30&per;에 달한다고 한다. 면적은 약 33만 평방킬로미터로 남한의 3.5 배, 남북한 합친 것의 1.5 배 정도이다.
이어서 조 선교사님은 한나 프레스를 중심으로 자신과 부군 되는 이영설 선교사님의 사역 내용을 설명하였다. 교민 신문인 한나 프레스는 타블로이드판으로 52면 씩 매월 2회 발간하고 있다. 한나 프레스는 무가지(無價紙)로서 술집 광고와 스님의 글 그리고 말레이시아의 부정적인 사항은 싣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단다. 발행 부수는 약 5,000 부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물론 태국 등지에도 우편 발송 된다.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으나 동역자들의 헌신과 인지도의 상승으로 최근에는 작지만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최근에 경쟁 업체가 나타나 긴장을 한다고 한다.
미국의 인디언과 같은 말레이시아의 원주민인 오랑 아슬리(Orang Asli; 이 말의 뜻은 ‘땅의 사람’이란다.)들은 정부로부터 소외되어 정글에 거주하며 문맹률이 높고 생활수준이 매우 열악하다고 하는데, 그 원주민 사역을 1997년부터 시작하여 현지의 중국계 그리스도인들과 동역하고 있다고 한다. 이 날 하오에 우리는 한 오랑 아슬리 마을을 방문키로 예정되어 있었다.
또한 말레이시아를 찾아 저렴한 비용으로 영어권에서 공부하기를 원하는 교역자 자제들을 포함한 기독교인 자제의 보호와 양육을 위해 홈 스테이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수익을 염두에 두었으나 이제는 세계 오지에 나가 있는 선교사들의 자녀 들을 주로 맡아 돌볼 계획을 갖고 있단다. 참고적으로 말레이시아 학생들의 토익 성적은 세계 최상위이라고 한다.
그밖에 중국계와 인도계 고아들의 고아원과 양로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하였다.
상오 11시경 우리는 한나 프레스의 사무실에 견학삼아 잠깐 들렸다가 예정된 대로 정글의 오랑 아슬리 마을을 찾아 나섰다. 열대의 태양은 또다시 이글거리고 있었다. 출발하자마자 길이 막히기 시작하였다. 이유는 다음 날 있는 힌두교도들의 축제 때문이란다. 조금 더 가니 석회석으로 된 조그마한 동산이 있는데 그 산 중턱에 힌두교도들의 예배처가 있고 그 곳이 다음 날 있을 축제의 중심이란다. 인도인들이 떼를 지어 몰려오고 반대쪽 차선은 경찰이 완전히 막아놓아 거의 십수 km를 자동차들이 완전히 도로 상에 갇혀 있었다. 그 차량들이 빠져나갈 방법은 축제가 끝난 후 완전히 막고 통제하는 길의 통제를 해제하는 방법뿐으로 보였다. 아마 그 사람들은 수십 시간 동안 차 안에 갇혀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가까스로 그 곳을 빠져나와 시원스레 달렸다. 그러나 우리들은 모두 열대의 날씨와 계속되는 일정에 지쳐 모두 잠이 들었다. 이광호 형제와 최은영 자매 커플의 잠자는 모습과 박은경 지나 자매의 잠자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런데 은영 자매가 광호 형제에게 기댄 모습은 당연해 보이는데, 언니인 은
:: monique
2004-02-24 00:00:00
“우리는 강한 마음을 가지고 강퍅한 마음을 가진 저들의 마음을 녹여야 할 것이다.”.함께 선교여행하느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