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렸을 때 만리포 해변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매미는 어떻게 노래 하지?”
“맴~ 맴~ 맴~”
“꾀꼬리는 어떻게 노래 하지?”
“꾀꼴~ 꾀꼴~ 꾀꼴~”
“갈매기는?”
“........갈맥~ 갈맥~(?).....”
제가 태안군 소원면에서 태안전원교회를 개척하여 섬겨온지가 벌써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간 태안군 소원면에서 목회를 하는 것이 기쁘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주위에 금빛모래로 쌓인 해수욕장과 기암괴석 그리고 맑은 바닷물이 저의 마음뿐 아니라 많은 분들에게도 시원함과 심신의 피로를 풀어 주며 매년 많은 교회들이 제가 섬기는 교회에 와서 여름과 겨울 수련회를 가지곤 하였습니다. 이미 어느 교회는 2008년 여름수련회를 예약한 교회가 있을 정도로 제가 목회하고 있는 태안군 소원면은 참으로 바다경관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해옥으로 유명한 파도리해수욕장, 몽당돌이 아름다운 어은돌해수욕장, 똑딱선기적소리로 유명한 만리포 해수욕장, 세계에서 가장아름다운 수목원이 있는 천리포해수욕장, 가족들이 휴양을 하기 좋은 백리포 해수욕장, 독살(돌을 막아 고기 잡는 전통방식)로 유명한 십리포 해수욕장, 구름도 쉬어가는 구름포 해수욕장 그리고 모래사구의 신비함을 간직한 신두리 해수욕장 등등과 함께 벗 삼아 지냈습니다.
2007년 12월 7일 오전 집 밖을 나갔는데, 역겨운 기름 냄새가 났습니다.
“누가 폐유를 태우나!” 역겨운 기름 냄새가 더욱 더 심하였습니다.
오전 10시경에 외출한 아내의 전화 한 통화를 받았습니다.
“만리포 앞 바다에서 원유 유출사고로 역겨운 기름 냄새가 난데요.”
나는 그 전화를 받고 바로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가 보았습니다. 멀리(약10km)에 커다란 유조선과 해상 크레인 부선과 부딪쳐 있었습니다. 12월 7일 오전 7시께 충남 태안군 만리포 해상에서 풍랑을 만난 해상크레인 부선이 정박해 있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충돌, 원유 1만2천547㎘가 바다로 흘러 나왔습니다. 1995년 `씨프린스호' 사고 때의 2.5배에 달하는 원유가 태안반도를 휩쓸어 청정 어장 5천여㏊ 등이 기름띠에 뒤덮이는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다음날(2007년 12월 8일) 만리포 해수욕장을 갔을 때 나 혼자 독백으로 ‘끝났다.’라는 혼자말로 나의 눈의 초점을 잊어 버렸다. 그 맑고 고운 만리포 해수욕장이 유전지대처럼 해변과 바닷물이 원유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겨울 바다의 낭만적이 넘치는 파도는 원유에 눌려서 무거움을 이기지 못하고 바로 사라졌으며, 원유로 가득한 만리포는 검은 바다가 되었습니다. 사구로 유명한 신두리 해수욕장을 가보았는데 그 넓고 아름다운 해변은 유전지대처럼 보였습니다. 양식을 하는 굴밭은 생기를 잊어버리고 끈적끈적한 기름만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던 게는 원유 속에서 몇 번의 호흡을 하고 수명을 다하고 말았습니다. 원유의 색과 같은 검은 새 가마우찌는 원유로 온몸을 뒤집어쓰고 힘겹게 몇 번 프드덕 프드덕 거리더니 목내 쓰려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였습니다.
‘아!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들이 순간의 인간의 실수로 어려움을 당하는군아.’라는 생각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사고 해변에 있으려니 역겨운 기름냄새로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를 하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안정을 취하고 있는 나의 마음은 자꾸 만리포와 신두리 해수욕장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태안군 소원면 입구에 ‘원유 유출사고 기름제거 국민여러분 도와주세요.’ 라는 현수막을 보면서 소원면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전 국민들에게 간절히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기름유출사고를 접하는 우리 주민들은 TV에서 보도한 것보다 참담하고 어두웠습니다.
‘인간의 부주위로인한 대 참사’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쉬움과 원망으로 가득했습니다. 현장과 뉴스를 넘나들며 심각성에 더욱 더 깊어졌습니다.
파도리,어은돌,만리포,천리포,백리포,십리포,구름포 그리고 신두리 내가 늘 가고 수련회를 하던 해수욕장이 하루 아침에 죽음의 바다가 된 것이 속이 상하고 또 속이 상하였습니다. 기도하다가도 눈물이 났고, 찬양하다가도 눈물이 났고, 설교하다가도 눈물이 났습니다.
“하나님 용서해 주세요. 제가 기도하지 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죄를 지어서 이런 끔찍한 사고가 났습니다. 제가 욕심이 많아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두 손을 모으고 엎드려 기도를 드려 보았지만 검은 바다는 더욱더 심각하게 퍼지고 우리 소원면 주민들의 한숨은 깊어져만 갔으며, 눈물은 말라버려서 그런지 자꾸 먼 하늘만 처다보는 사람들만 늘어났습니다.
가정의 어려움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와 살아가는 손자는 바닷바람과 햇볕에 그을린 주름진 할머니 손마디를 붙잡고
“할머니, 죽고 싶다는 말 그만 하세요. 할머니 돌아가시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라고 말하는 할머니와 손자의 상처를 누가 아물게 할 수 있겠습니까?
바닷가에 가서 하루 벌어서 하루 살아가는 우리 소원면 주민들은 앞으로 어디에 가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을 누릴 수 있단 말인가? 문제는 복구해서 생업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최소한 3년에서 5년이 걸린다고 하니 그동안 우리 소원면 주민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기름 유출 사고를 보상받으려면 근거 서류를 확보해야 한다.’ 라는 소식을 접하는 우리 소원면 주민들은 억장이 무너집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힘없는 우리 주민들은 근거 서류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단 말인가? 현재 태안군의 경기가 흔들리지만 우리 소원면은 어업, 상업, 농업 그리고 관광업 등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금도 걱정이 되지만 앞으로가 더욱 더 걱정입니다.
“아~아~ 하나님! 저들의 눈물을 씻어 주시고 일어날 수 있는 있도록 힘을 주세요. 세상의 보이는 것은 이처럼 허무합니다. 없어지는 꽃이 아니라 시드는 들의 풀이 아니라 영원한 하나님의 말씀을 믿게 하여 주세요.”
나 자신도 기도 하면서도 검은 바다와 모래 그리고 돌들을 볼 때마다 한숨을 쉬었지만 우리 주님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사랑의 손길로 우리 소원면 주민들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아침 8시 시작하여 오후 5시까지 온 국민의 손과 발은 기름 한 주먹 한 주먹 걷어내곤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효과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온 국민들의 위로와 사랑의 손길이 구름 때처럼 몰려 왔습니다. 의구심보다 위로는 위대했습니다. 근심, 걱정보다는 사랑을 위대 했고 회복의 축복을 주었습니다. 자원봉사의 손길이 줄은 이었고 그 줄이 이곳 사고 현장에 10일이 되는 날에는 바다는 서서히 본연의 모습을 찾고 있었습니다. 저 자신도 교인들과 주민들과 함께 자원봉사를 하고 때로는 자원봉사자들을 안내 하면서 사고 당일의 가졌던 절망과 원망이 사라지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리라는 희망과 용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원봉사 하는 현장 여기저기서 “목사님, 장로님, 권사님, 집사님, 권찰님,그리고 OO성도님”이란 호칭을 들을 때마다 내가 예수님을 믿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고 감격하였습니다.
여러 교회 목사님들과 성도들이 와서 기도를 해 주시고 용기를 주셔서 기름 유출 사고 현장은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 그리고 성도님들 대단 합니다.
정말 눈물겹도록 감사를 드립니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태안은 전 국민들과 성도님들의 용기와 사랑에 힘입어 바위가 깨끗해지고 모래가 빛을 낼것이고 갯벌은 살아 다시 숨을 쉴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주민은 바다로 생업을 향해 달려갈 것이고 온 국민들은 태안에 오셔서 심신을 휴식하여 재 충전을 받아 힘 있는 삶을 살아갈 날이 빨리 오리라 믿고 기도하렵니다.
그날이 오면 ‘원유 유출사고 생태계 회복감사축제’에 여러분들을 초청하겠으니 꼭 참석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때 모두 모여서 찬양합시다.
“참 아름다와라 주님의 세계는........”
저는 먼 하늘을 보며 기름 냄새로 도망갔던 갈매기가 다시 돌아와 주위를 맴돌며
“갈맥~ 갈맥~ 갈맥(?)~” 노래할 날을 기다리며 그날을 온 국민과 성도님들께 돌려 드리도록 노력하고 기도 하겠습니다.
